김대중 대통령의 휴가를 둘러싸고 청와대 기자실에서는 한때 논란 아닌 논란이 일었다. 전례 없이 대통령의 ‘토막 휴가’ 방침이 나왔기 때문이었다. 자연스레 청와대 기자들 사이에서는 “기자들 휴가는 어쩌나” 하는 문제가 화제로 떠올랐다. 한 기자는 “난데없는 ‘토막 휴가’ 방침에 기자들이 당혹스러워 하기도 했다”면서 “대변인과 ‘기자들도 쉬어야 하지 않겠나. 클린턴 대통령은 걸프전 때에도 휴가 갔다’며 농담 섞인 말들이 오갔다”고 전했다.
김 대통령은 여러 주말에 걸쳐 2~3일씩 휴가를 쪼개서 쓸 예정이었으나 주변의 권유로 결국 일주일 동안 휴가를 보내기로 결정했다.
애초 김 대통령의 ‘토막 휴가’ 방침은 국정 현안들이 산적해 있어 일하는 틈틈이 휴가를 쓰겠다는 생각에서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임시국회와 다음달 논의 중인 개각, 남북 장관급 회담, 광복절 행사와 사면복권 등 기다리고 있는 ‘숙제’들이 적지 않다는 것. 한 기자는 “수석들도 대통령이 휴가를 제대로 보내지 않으면 장관부터 전체 공무원 등으로 그 여파가 확산된다는 점을 들어 1주일 휴가를 계속 건의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한 기자는 “이미 휴가를 간 기자들도 있고, 대통령의 휴가가 기자들에게 논란거리로 떠오를 일이겠느냐”며 “대변인에게 ‘우리도 휴가 가야 하는 거 아니냐’며 애교 섞인 농담들이 오간 정도”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