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최모 기자의 남대문서 사건에 이어 또다시 인터넷 상에 기자-경찰을 둘러싼 논란이 불붙었다. 발단은 지난달 29일자 경향신문에 실린 ‘입 험한 여경’ 기사였다. 초판에 해당 경장의 실명을 공개한 데 대한 문제제기에서 시작된 논란은 같은 경찰 신분의 오마이뉴스 기자가 직접 작성한 경장 인터뷰 기사를 인터넷에 배포하자 해당 기자와 언론을 향한 비난으로 채워졌다. 이 과정에서 경찰들도 언론 비판과 경찰 옹호의 글들을 공세적으로 인터넷에 올렸다. 문제는 이번 사안의 경우 당사자인 기자와 경장의 주장이 평행선을 긋고 있어 명확한 진위가 가려지지 않은 상황이었다는 것이다.
경향신문 해당 기자의 주장은 기사 그대로다. 이 기자는 27일 아침 10시 30분 경 전화를 걸어 남대문서 정보과 경장에게 민간인 학살 규명위원회 기자회견 관련 문의를 했다. 이에 불친절하게 응하던 경장이 먼저 반말을 했고 급기야 ‘싸가지 없는 X’, ‘기자면 다야, 너 당장 이리 달려와’ 하며 폭언을 했다는 것이다. 당일 저녁 9시 30분 경 정보과장과 함께 편집국을 방문한 이 경장은 폭언을 시인하고 사과했다. 그러나 경찰측이 단순히 여기자-여경찰 간의 문제로 매듭지으려는 태도를 보이자 이 기자는 데스크와 상의해 공직자의 근무태도를 짚어야 한다고 판단, 기사를 썼다고 밝혔다.
반면 해당 경장의 주장은 그 반대다. 기자가 먼저 고압적인 태도로 전화 통화를 했고 ‘정보형사가 자질이 없구만, 야, 정보계장 바꿔‘, ‘목을 쳐버리겠어’ 하며 욕설을 해 전화를 끊으면서 ‘정말 싸가지 없는 기자구나’라고 했다는 것이다. 이 경장은 본인이 반말이나 욕설을 하지 않아 사과할 생각이 없었지만 경향측에서 상사에게 계속 항의 전화를 하자 결국 경향신문을 방문했다. 결과적으로 해당 기자가 기사를 통해 일방적으로 분풀이를 했다는 주장이다.
논란은 오마이뉴스 기자로 활동하는 이모 서울지방경찰청 경장이 해당 경장의 인터뷰 기사를 띄우면서 급격하게 확산됐다. 이 경장은 오마이뉴스측이 인터뷰 내용만 살리고 기사의 주관적인 부분은 삭제하자고 논의하는 30여 분 사이 경찰청, 서울지방경찰청, 남대문서 홈페이지에 오마이뉴스 기자 명의로 이 기사를 올렸다. 경찰 신분의 기자가 작성한 경찰 인터뷰 기사는 삽시간에 도처로 퍼졌고 여러 홈페이지에 경찰 명의의 지지 글들이 올랐다. 당사자 주장이 여전히엇갈린상황에서 경장 기사는 인터넷 상의 ‘진실’로 받아들여진 것이다.
오마이뉴스측은 “이 경장이 자의적으로 기사를 배포한 것은 문제”라며 “운영 초기이니 만큼 제명 처리보다는 전체 기자들의 재교육을 강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경향신문은 4일 자사 홈페이지에 사회부장 명의로 ‘독자 여러분 죄송합니다’ 라는 글을 올려 “경찰 공무원의 복무자세에 문제제기를 하고자 했으며 실명 게재 등으로 한 경찰관에게 피해를 준 것은 불찰”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해당 기자의 취재경위와 이모 경장의 기사 배포 과정을 설명했으나 논란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현 시점에서 해당 기자와 경장, 누가 가해자이고 피해자인지는 명확치 않은 반면 그 피해와 파장은 확실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