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사 사장단 46명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초청으로 5일 북경을 거쳐 평양에 도착해 7박8일의 방북일정에 들어갔다.
이번 방북은 남북 언론 교류를 활성화하고 남북 관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돼 언론계의 주목을 모으고 있다.
당초 방북 사장단은 신문협회(회장 최학래) 소속 31명, 방송협회(회장 박권상) 소속 19명 등 50명이었으나 동아일보와 조선일보가 지난달 24, 25일 불참 의사를 밝힌 데 이어, 연합뉴스와 전북일보도 4일 신문협회에 불참을 통보해 46명으로 줄었다.
연합뉴스의 김종철 사장은 최근 사내에서 김 사장에 대한 비리 주장이 제기돼 이를 해명하기 위해 방북을 포기했다. 연합뉴스에서는 최근 ‘김 사장이 신규 사업 협력 업체 선정 과정에서 직권을 남용하여 이권을 챙기고, 정실에 따라 선정했다’는 주장이 노조 홈페이지 게시판에 올라 논란이 됐다. 노조측은 사실 확인을 위해 4일 김 사장을 면담했으며, 이 자리에서 김 사장은 협력 업체를 선정한 과정을 설명하여 자신에 대한 의혹을 부인하면서 “사태 진정을 위해 방북을 취소하겠다”고 밝혔다고 말했다.
전북일보는 서창훈 사장이 2일 과로로 쓰러져 병원에 입원하면서 불참하게 됐다고 밝혔다.
한편 동아일보는 지난달 24일 방북 불참을 결정한 뒤 지면을 통해 “본사는 언론사 사장단의 방북에 불참하여 타 언론사에 방북기회를 제공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공식적으로는 방북 취재 경험이 있는 동아일보가 방북 경험이 없는 타 언론사에 기회를 양보하겠다는 이유로 불참 의사를 밝힌 셈이지만 실제로는 뚜렷한 취재 목적 없이 언론사 사장단이 단체로 방북하는 것은 모양새가 좋지 않다고 내부 의견이 모아져 불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동아의 입장은 4일 동아일보에 실린 임상원 고려대 교수의 시론 ‘언론사 사장단 방북 유감’과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시론에서 임 교수는 “많은 언론사 대표들이 무리를 지어 가는 모습이 그렇게 좋아 보이지 않는다. (중략) 한 가지 더 지적할 것은 이번 방북의 목적이 취재가 아니라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동아의 불참 선언으로 북한과 관계가 껄끄러운 조선일보는 부담없이 불참 의사를 밝힐 수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조선일보의 한 관계자는 “박지원 장관이 북한에 조선일보의 입북 허용을 요구했으나 북한에서 대답이 나오지 않아서 방북 여부에 대해 입장표명을미루고 있었는데 동아일보가 먼저 방북 불참 의사를 밝혀 우리도 부담없이 불참 뜻을 밝힐 수 있었다. 우리로서는 고마운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한편 신문협회와 방송협회는 각 언론사가 개별적으로 선물을 하거나 방북 중에 기사를 개별적으로 송고하지 않기로 결의했다. 이에 따라 양 협회는 공동으로 보석자개함 1대, 카메라 10대를 선물로 준비했고, 신문협회가 손목시계 30여 개, 방송협회가 손목시계 30개와 넥타이 50개를 각각 준비했다. 선물은 북한의 언론 관계자들에게 전달될 예정이나 구체적인 전달 대상자는 확정되지 않았다.
방북 언론사가 부담한 비용은 선물 구입비를 포함해 약 3500달러인 것으로 알려졌다. 방북 중 기사는 한중광 방송협회 사무총장이 북경 대사관을 통해 문화관광부로 보내면 양 협회로 전달해 각 사로 보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