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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단으로 확산된 ´안티 조선´논쟁

황석영씨 동인문학상 심사 거부 인터넷에 지지 글 쏟아져, 조선측 일부 표현상 잘못 인정...줄 세우기 주장엔 반박

김 현  2000.11.16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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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의 동인문학상은 ‘괴물’의 손에 들린 ‘꽃’인가.

조선일보가 동인문학상 시상 방식을 개편한 데 이어 지난달 20일 소설가 황석영 씨가 이 상의 심사 대상이 되는 것을 거부하면서 언론의 문화 권력 논쟁이 문단을 달구고 있다.

황씨는 조선일보가 지난달 19일 10편의 후보작 품평을 지면에 공개해 탈락과 후보작 잔류를 결정한 이튿날 한겨레신문에 특별기고를 해서 자신의 작품 ‘오래된 정원’이 이 상의 심사 대상이 되는 것을 거부한다고 밝혔다.

황 씨는 이 기고에서 “내용과 별 상관도 없는 말 몇 마디로 탈락이니 잔류니 하고 치워버리는 것은 누가 누구에게 부여한 권리인가”라며 “편가르기와 줄 세우기식의 사이비 권력놀음을 당장 집어치우라”고 말했다.

‘줄 세우기’ 비판의 일례로 꼽힌 것이 바로 창작과비평 계열의 작가를 배제한 심사위원 구성. 조선일보는 문학과지성, 민음사 등의 출판사 중심으로 심사위원이 꾸려졌다는 비판에 대해 지난 4일 3차 독회에서 “백낙청, 최원식 씨 등은 근래에 작품 활동이 활발하지도 않으며 조선일보의 원고 청탁을 계속 거부해 왔다”고 심사위원들에게 설명했다.

그러나 한 문화부 기자는 “주류 언론사와 뜻이 맞는 주류 출판사의 유착”이라고 비판하면서 “거대 권력을 가진 언론사로 인해 문학의 보수화·각질화 현상이 엿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기자는 “이 문제는 문학의 문제 이전에 조선과 안티 조선의 싸움의 측면이 강해서 한 번 기사를 쓴 뒤 더 다루지 않았다”고 말했다.

황씨의 선언이 있고 나서 안티조선 사이트에는 황씨를 지지하는 네티즌의 발길이 이어졌다. 또 강준만 교수는 3일자 한겨레21 기고에서 “진보적인 출판사의 필진들은 미디어 위계질서가 무서워서 조선일보의 비위를 거스르지 않으려고 한다”면서 “황석영 씨에게 뜨거운 감사와 존경을 보낸다”고 말했다.

한 문인도 “정과리 씨 표현대로 언론의 문학상이 ‘꽃을 든 괴물’로 비유되는 것은 조선일보이기 때문에 가능한 표현”라며 “조선일보가 보여 온 정치적 논조가 문학상 운영과 심사방식에도 적용된다면 문단 내 언론 권력의 침투는 불을 보듯 뻔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김광일 조선일보 문화부 기자는 ‘권력화’와 ‘미디어 위계질서’라는 비판에 대해 “언론사라면 더 큰 영향력을 가지려 하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니냐”며 “조어 자체가이해되지않는다”고 말했다. 또 김 기자는 “줄 세우기라는 말도 논리적으로 맞지 않으며 오히려 조선일보에 글쓰기를 반대하는 사람들이 안티조선쪽에 줄을 세우는 것 아니냐”고 반박했다.

조선일보 문화부와 심사위원단은 3차 독회에서 문단의 지적에 대해 각각 대응을 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심사위원들은 “종신제의 어감이 거부감을 주며 탈락·잔류 등의 표현을 여과없이 내보낸 것을 동료, 선·후배 문인들에게 사과한다”는 내용의 해명서를 작성해 조선일보 지면에 반영키로 했다.

한 심사위원은 “문단에서 황석영 씨의 비중을 고려할 때 심사 거부 선언에 대한 입장은 어떤 식으로든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3차 독회 내용은 11일자 신문에 실릴 예정이다.

한편 안티조선측은 7일 오후 참여연대 철학카페 ‘느티나무’에서 ‘조선일보 기고·인터뷰 거부를 위한 지식인 선언’을 가질 예정이다. 학자·문인 등이 참여하는 이 행사에는 4일 정오 현재 122명이 참가 의사를 밝혔으며 문인들 중에는 14명의 시인과 문학평론가만이 참여 의사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