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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방송 전송방식 재검토하라'

방송기술인연합회 등, 논란 많은 미국방식 치밀한 사전검증 촉구

서정은  2000.11.16 18:3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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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방송을 불과 한 달여 앞두고 있는 디지털 지상파방송에 대해 방송기술인, 시청자단체, 방송사 노조 등이 전송방식 재검토를 주장하며 디지털방송 일정 연기를 요구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방송기술인연합회, 시청자연대회의, 전국언론노동조합연맹, 전국방송노조협의회 등은 지난 1일부터 “디지털 방송방식은 재검토 돼야 한다”는 요구를 담은 성명서 및 보도자료를 잇달아 발표하며 정보통신부와 방송위원회의 결단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회 등은 “방송방식의 전환은 엄청난 투자비용이 소요되고, 한번 결정되면 수십 년 동안 변경할 수 없는 국가표준규격이 되는 만큼 다양한 전송방식에 대한 치밀한 검증과정이 선행돼야 한다”며 “추진 일정을 연기하고 방송방식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에 착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현장실험 없이 이론적 검토만을 거쳐 미국 ATSC방식으로 결정한 점 ▷많은 나라들이 유럽 DVB-T방식을 채택하고 있는 점 ▷최근 미국에서조차 미국방식을 재검토하고 있는 점 등을 근거로 제시했다.

97년 정통부가 현장 비교실험을 거치지 않고 ATSC방식을 선택한 것은 자국 환경에 적합한 방식을 선정하려는 노력 없이 기술주권, 전파주권을 포기한 발상이라는 지적이다. 게다가 ATSC방식은 DVB-T방식에 비해 고화질이라는 장점이 있지만 이동수신 및 휴대수신이 불가능하고 실내수신이 어려운 단점이 있다.

연합회는 지난달 10일과 24일 두차례에 걸쳐 정통부 입장을 묻는 질의서를 발송한 바 있다. 정통부는 4일 현재 공식적인 답변을 하지 않고 있는데 곧 내부 논의를 거쳐 답변서를 작성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통부 한 관계자는 “비교실험이 돌다리도 두드려 본다는 차원에서 의미가 없는 건 아니지만, 이미 97년 당시 충분한 검토를 거쳐 선정했기 때문에 필요성을 못 느낄 뿐더러 국익에 도움이 될 지도 미지수”라고 말해 논란이 점차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연합회 박병완 회장은 “더 늦기 전에 철저한 현장 비교실험을 실시하고 그 결과에 따라 방식을 검토하자는 것인데, 개발당사자인 미국에서조차 논란이 일고 있는 미국방식만을 고집하는 정통부의 태도를 이해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KBS방송기술인협회 이위찬 회장은 “우리 나라보다 좁고 기술력이 낮은 싱가포르에서도 세 가지 방식을 면밀히 실험하고 나서야 방식을 결정했다”며 “정통부와방송위원회는방송계, 산업계, 학계 등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객관적이고 공정한 방식선정을 이끌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전세계 지상파 방송의 디지털방송 방식은 크게 미국 ATSC방식와 유럽 DVB-T방식, 일본 ISDB-T방식으로 나눠져 있다. 유럽방식을 기반으로 한 일본방식은 현재 일본만 채택하고 있고, ATSC방식은 미국, 캐나다, 한국 등 3개국, DVB-T방식은 영국, 스웨덴, 호주, 싱가포르 등 31개국이 채택하고 있다. ATSC방식을 채택했던 대만과 아르헨티나는 미국에서 ATSC방식에 대한 문제제기가 불거지자 재검토에 들어간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