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 쿠데타로 집권한 신군부가 언론인들을 대량 해직시킨 뒤 이들의 취업까지 제한한 문서가 최근 언론에 의해 공개됐다. 보안사가 작성한 이 문서에 따르면 쿠데타 세력은 자신들의 집권을 위해 언론인들을 현업에서 쫓아내고도 모자라 이들을 다시 세 등급으로 나눠 짧게는 6개월에서 길게는 영구적으로 취업을 제한하도록 규정했다.
또한 당시 문화공보부가 작성한 언론인 해직 관련 문서도 공개돼 해직 과정에서 각 언론사가 신군부가 지시한 대상에 스스로 작성한 명단을 추가해 해직한 사실도 드러났다.
이 같은 사실은 그 동안 소문을 타고 단편적으로 알려졌으나 전모가 공개돼 사회적 주목의 대상이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문서들은 당시 해직이 쿠데타 세력이 주도한 정권 차원의 불법 조치였음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주면서 해직 당한 언론인들의 고초를 새삼 깨닫게 한다. 특히 해직 언론인 취업 제한 문서 공개는 1980년 해직 언론인에 대한 국가 배상의 당위성을 더욱 부각시키고 있다.
우리는 1980년 언론인 해직이 정권이 주도한 불법 행위임이 이번 문서 공개로 명확히 입증되었으므로 정부와 국회가 즉각 이들에 대한 국가배상법을 제정할 것을 촉구한다.
정부는 그 동안 해직 언론인에 대한 배상을 지지하는 입장을 표명했다. 또한 지난달 4일에는 주무부서인 문화부 박지원 장관이 국무회의 석상에서 민주화운동 보상법과 별도의 해직 언론인 배상 입법 필요성을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문화부가 입법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국회의 몫이라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얼마 전에는 신군부가 전면에 나서는 계기가 된 1980년 광주 학살이 언론인 해직과 무관하다는 문화부 내부 입장이 공개돼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는 결국 정부는 말로만 입법, 배상을 주장하면서 실제로는 그럴 마음이 별로 없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국회도 그렇다. 지난 15대 국회에서 현 여당의 전신인 국민회의 소속 의원들의 발의로 해직 언론인 배상법이 의원 입법됐으나 15대 국회 회기 종료로 자동 폐기됐다. 예산 부족, 배상 범위를 둘러싼 논란으로 통과되지 못한 것이다. 하지만 이들의 해직이 정부의 불법 행위 때문임이 명백한 이상 지엽적인 사유는 이 법 제정을 막는 정당한 이유가 될 수 없다.
해직 언론인 배상은 김대중 대통령의 선거 공약 사항이다. 정부는 배상 문제에 대해 말이 아닌행동으로나서야 한다. 국회 또한 배상 문제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지엽적 사유나 당리당략적 싸움으로 이 법의 제정을 미루는 일을 더 이상 하지 말아야 한다.
80년 해직을 당한 지 20년이 되었다. 한을 품은 채 세상을 뜨는 해직 언론인들이 하나 둘 늘어나고 있다.
정부와 국회는 더 늦기 전에 배상법을 제정해 해직 언론인들이 신군부의 불법 행위로 당한 고생을 위로받고 명예회복을 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