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성 주석 조문파동, 박홍 총장의 주사파 발언 그리고 이적성 시비를 불러 온 경상대 대학교재 ‘한국사회의 이해’.
김 주석 조문 파동과 박홍 총장 발언은 보도 열기로 한여름을 달궜다가 겨울도 오기 전에 식어버린 사건들이다.
그러나 ‘한국사회의 이해’는 달랐다. 사건이 터진 8월 한 달 내내 빨갱이 사냥 기사로 지면이 도배됐다. ‘마르크스주의 일변도 선전(중앙)’이라며 ‘이적성 교재의 오류(동아)’를 지적하고 ‘학문 자유의 보호벽 밖에 있는 문제(조선)’라고 결론지었다.
언론의 ‘주색(朱色) 잡기’ 보도로 빨갱이가 된 저자 장상환·정진상 교수가 지난 달 24일 창원지법 1심 판결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그런데 언론은 조용하기만 하다. 한겨레가 사회면 2단 기사를 냈을 뿐, 대부분의 신문이 1단 기사로 처리했다. 조선·동아·세계는 언급조차 없다. 동아·조선의 두 사회부장은 “기사 출고는 했는데 편집과정에서 빠졌다”며 ‘다른 의도’를 부인했다.
기사의 가치 판단은 편집 권한이다. 6년이면 시간도 많이 흘렀다. 그렇다 치더라도 신문들은 이미 6년 전 신문지상에서 이들에 대한 ‘여론 재판’을 끝냈다. 사법당국의 법적 판결이 그와 다르다면 어떤 얘기든 한마디 하고 넘어가야 하지 않을까. 적어도 범법자 이전에 빨갱이로 6년을 살아 온 이들 당사자를 위해서라도 말이다.
무죄 판결이 확정되고 두 교수가 당시의 여론 재판에 항소해 온다면, 언론의 답변이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