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자협회 창립 36주년을 맞은 지금 한국사회는 기존 질서가 재편되고 새로운 가치체계가 요구될 정도로 커다란 변화의 국면을 맞고 있습니다.
남·북교류의 물꼬가 터지면서 한반도 문제를 우리 스스로 주도해나갈 수 있는 여건의 단초가 마련되는 등 냉전적 질서의 해체가 우리 사회에서도 가시화되기 시작했고, 인터넷으로 상징되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기존 사회구성 체계의 근본적 변화를 강요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기협도 이같은 시대의 흐름 속에서 새로운 좌표의 설정을 요구받고 있습니다. 기협의 위상과 역할에 대한 새로운 욕구들이 회원들 사이에서 활발히 논의된 지 오래입니다.
기협이 1989년 ‘남북언론인협의회’ 구성 제안서를 공표한 이래 지난 10여 년 간 추진해온 남북언론교류 사업의 연장선상에서 최근 남·북 기자교류를 위한 토대 구축과 구체적인 사업일정 마련에 주력하고 있는 것도 이런 연유에서입니다. 올해 들어 신문협회, 신문방송편집인협회와 함께 남북언론인교류사업 제안서를 공동으로 작성해 북측 조선기자동맹에 전달하는 등 세 가지 경로로 북측에 교류의사를 타진한 바 있습니다. 이와 함께 각 언론단체 및 언론사들의 대북교류 지원을 위해 언론재단 내에 관련기구를 두게 하는 등 남북언론교류를 위한 기반조성 계획도 세워 관련기관 및 단체 등에 설득작업을 벌여오고 있습니다.
더불어 기협이 현재 홈페이지의 획기적 개선과 대안매체 창설 등 인터넷과 관련된 새로운 사업들을 강력히 추진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입니다. 올초 전국 회원들간의 이메일 핫라인을 만들어, 그간 집행부 중심으로 운영되던 협회 사업을 전 회원들에게 수시로 알리고 그 진행과 평가작업을 공유하는 등 기협 사업 및 운영체계의 네트워크화를 위한 첫 단계에 들어갔습니다. 이후 지역회원들을 위한 공공기관 및 민간단체·업체 보도자료 센터를 홈페이지 내에 상설사이트화 하고, 회원들의 법률복지를 위한 ‘조상희변호사의 언론법률지원센터’ 사이트를 홈페이지 내에 개설한 것도 기협 사업 및 조직운영의 네트워크화 작업의 한 단초입니다. 물론 서버도 없는 여건에서 서버 임대 및 홈페이지 개선작업을 위한 재정 마련도 쉽지 않은 여건이어서 그 추진이 지연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관련기관 등의 지원을 얻어 올 하반기 내에 기자사회의 각종 커뮤니티를기협홈페이지 내에 실현하고, 회원 복지를 위한 각종 아이템들도 시대의 흐름을 맞춰 온라인상에 구축할 각오에는 추호도 흔들림이 없습니다.
이어 올 하반기에는 집행부 상당수 간부회원들이 강력히 제기하고 있는 인터넷 대안매체 사업에도 힘을 쏟을 계획입니다. 기협의 핵심사업이 언론정상화 작업과 참언론의 진정한 모양새를 시민들에게 예시하는 것이라고 할 때 기자협회 스스로 대안매체의 모델을 시민사회와 언론계에 제시하는 것은 참으로 의미있는 일이라 확신합니다.
변화 대 수구의 갈등국면 속에서 기협은 이처럼 고용유지·전문성 강화 등 기자사회의 조직적 필요성을 근거로 새로운 패러다임에 걸맞은 개혁적이면서도 신중한 변화의 보폭을 유지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협은 여전히 오래된 화두 하나를 영원한 소명으로 지켜나가야 한다는 점을 우리 스스로 환기해야 되겠습니다. 그것은 ‘언론자유의 수호’입니다. 한국 현대정치사의 질곡된 노정 속에서 언론에 대한 불신감을 키워온 시민들이 지난해 일련의 언론사태에서 드러났듯 언론인들의 각성과 변화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권위주의 시대의 언론자유는 자유를 쟁취하기 위한 정치권력과의 투쟁이 주제였지만 최근 들어서는 이를 지켜낼 기자사회 스스로의 다짐과 자정, 그리고 언론자본과 광고주로부터의 편집독립성 유지에도 무게가 실리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기협이 자정특위 등을 중심으로 기자자정 및 위상강화 작업에 치중하고 있고, 언론개혁시민연대와 함께 언론정상화를 위한 국회의장 직속의 ‘언론발전위원회’ 구성작업을 벌이는 등 언론개혁 입법작업에도 노력하고 있지만, 회원 여러분들의 애정과 관심 없이는 어떠한 성과도 무망할 것입니다.
이제 21세기의 기협을 위한 변화와 자정의 노력이 우리 앞에 과제로 놓여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회원 여러분들의 단결과 참여가 우선돼야 할 것입니다. 이에 앞서 기협 집행부는 회원들의 권익과 복지에 매진함으로써 회원들의 기협에 대한 애정부터 확보해나가겠습니다. 이른바 네트워크시대를 맞아 기자사회도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한 결속의 기재가 마련됐습니다. 엄청나게 강화된 노동강도에도 불구하고 인터넷을 통한 회원들간의 기협네트워크는 활성화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한국기자협회, 곧 한국기자사회의 전일(全一)한 네트워크가 한국언론의 정상화를 위한 초석이 될수있도록 회원 여러분들의 질타와 격려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