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 기자실 사건 이후 기자실과 기자단에 대한 논란이 기자사회 안팎에서 확산되고 있다. 기자단·기자실 개혁 논쟁의 바람직한 해법은 무엇일까. 이번 논쟁을 바라보는 기자사회의 다양한 의견과 기자실·기자단 개혁을 위한 구체적인 방법론을 들어봤다.
<참석>
박인규 경향신문 미디어팀 부장, 박종권 중앙일보 사회부 차장, 성회용 SBS 경제부 차장 대우, 안수찬 한겨레 민권사회1부 기자
<사회>
정구철 기자협회 편집국장
<일시>
2001년 4월 12일 프레스센터 20층
기자실`전체`문제`인식‘유감’
▷사회=인천공항 기자실과 오마이뉴스 기자의 충돌로 기자실·기자단 문제가 다시 수면위로 떠올랐다. 이번 사태에 대한 기자사회의 분위기와 소감부터 듣고 싶다.
▷박종권=오마이뉴스의 보도는 기자실 문제에다 언론자유, 취재보도의 자유, 국민 알권리 등 전반적인 문제를 집약함으로써 오히려 논점을 놓쳐버렸다. 기자실 개방인지 폐쇄인지, 아니면 운영시스템의 개선인지, 국민 알권리 차원에서의 취재보도의 자유인지가 명확치 않다.
▷안수찬=동의한다. 오마이뉴스 보도는 많은 지점이 혼재돼 있어 모두가 혼란을 겪고 있다. 대의엔 공감하는 기자들도 한편으로는 억울하다는 심정을 갖고 있다. 기자실·기자단의 폐단을 극복하려는 기자들의 노력이 그동안 계속돼 왔고 일정부분 개선되고 있는데 마치 기자사회 전체가 인천공항 기자실과 똑같은 문제를 겪고 있는 것처럼 비춰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목해야할 지점은 네티즌들이나 시민들의 폭발적인 반응이다. 기존 언론이 정보를 독점하고 독자들은 이런 보도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는 것, 왜곡, 편파, 자사 이기주의 보도 등 기자사회에 대한 불만이 이번 사태를 계기로 불거져 나온 것이다. 그래서 이것은 기자실 문제와 기자단 폐해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언론사의 정보독점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의 문제이기도 하다.
▷성회용=한국언론의 기자실이 배타적인가라는 점을 살펴본다면, 부서나 업무성격에 따라 모두 다르다는 것이다. 정치부는 기자실이 있지만 지방지나 규모가 작은 언론사도 대부분 출입하고 있으며, 별다른 제한은 없다. 대기업이나 금융기관의 기자실은 기업의 필요로 운영되는 곳이라 배타적일 수가 없다. 가장 배타적인 곳은 사회부나 경찰 기자실이다. 낯선 기자가 오면 경계하고 나가달라고요구하며 심지어 기자단에 가입된 회사의 다른 기자에게도 마찬가지다. 이렇게 다양한 정서와 시스템을 갖고 있는 기자실 문제를 획일적인 잣대로 바라보고 인천공항 기자실의 틀을 전체 기자실로 확대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안수찬=오마이뉴스 기자는 인천공항 기자실 임대료 논란을 취재하러 간 것이지 인천공항을 취재하러 간 것이 아니었다. 오마이뉴스가 이 부분을 명확히 밝혀 브리핑을 들으려고 한 기자를 쫓아낸 것이라는 오해가 없도록 해야 한다.
무조건적`개방은`현실성`없어
▷사회=기자실 개방에 대한 논의를 시작해보자. 상당수 출입처에서 기자실 출입을 놓고 진통을 겪어왔고 일부에서는 투표까지 가는 일도 있다.
▷박종권=기존 매체가 정보를 독점해선 안되고 기자실도 배타적으로 운영돼선 안된다는 원칙에 동의한다. 그러나 예전과 달리 요즘은 이런 관행들을 거의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개선된 것도 사실이다. 기자실 개방은 거스를 수 없는 하나의 흐름이지만 자율적인 규율은 있어야 한다고 본다. 미국 백악관도 프레스룸에 들어가려면 미리 사전에 연락을 해야하고 앉는 순서도 정해져 있으며 질문도 아무나 하지 못한다. 그런데 이런 규율 없이 무조건 다 개방하라는 것은 현실성이 없다. 정보독점과 기자실 개방은 다른 차원의 문제다.
▷안수찬=기자실 개방은 시민권의 성장속에서 탄생한 언론자유의 문제다. 따라서 언론인이 기자실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의 문제가 아니라 시민권 차원에서 시민들이 감시할 수 있는 개방적 구조로 가는 게 옳다. 기자실은 프레스룸이라는 개방적 형태로 전환돼야 하고 당연히 취재목적에서 자유롭게 활용돼야 한다.
▷성회용=대다수 기자실이 브리핑룸 역할을 겸하고 있는데 이런 기자실은 당연히 개방해야 한다. 문제는 상주 기자실이다. 출입통제권을 동료 기자들이 갖고 있는데 상주를 허가할 기준이 명문화돼있지 않은 게 문제다.
▷박인규=기자단과 기자실 해체 주장은 원론적 차원의 논의다. 보다 본질적인 문제는 신생매체의 정보접근권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다. 정보의 배포나 유통 시스템이 합리적으로 자리잡으면 신생매체의 정보접근권 요구도 해소될 수 있다. 아울러 기존 매체가 신생매체의 정보접근을 방해해선 안된다는 대전제가 원칙으로 자리잡고 실천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안수찬=출입처, 기자단, 기자실은 사그러드는 불꽃이다.네티즌과 독자들이 간과하고 있는 것은 대부분의 언론들이 각종 폐해로부터 이미 자유롭거나 또 벗어나려고 애쓰고 있다는 점이다. 모든 기자실을 폐쇄하고 기자단을 해체한다고 해서 정보독점이나 편파왜곡 보도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성회용=기자실을 중심으로 보도자료가 배포되는 취재관행을 취재원 쪽에서 바꾸지 않으면 쉽게 고쳐지지 않는다. 또 많은 기자들이 브리핑제도 개선엔 공감하지만 좁은 기자실에 아무나 상주하는 것에 대한 반감도 있다.
▷박인규=사건사고가 터졌을 땐 아무도 취재를 봉쇄하지 않는다. 기자실이라는 한정된 공간이기 때문에 논란이 끊이질 않는 것 같다. 미국의 브리핑룸은 50여명 정도를 수용할 수 있는 소규모 공간인데 일단 신청을 하면 한달 정도 지켜보면서 일주일에 3회 이상 출입할 경우에 받아들이고 있다. 그 매체와 기자가 그만큼의 정보수요가 있는지, 그래서 취재 편의시설을 제공받을 필요가 있는지를 검증하는 것이다.
▷성회용=공보담당자가 보도자료를 어떤 형태로 어느 범위까지 전달할 것인가도 문제인데 보도자료가 기자실 중심으로 독점되는 현상을 해소하면 된다. 또 기자단은 공동의 목소리로 권력에 대항하는 중요한 역할을 해온 게 사실이다. 물론 그 과정에서 동료의식이 형성되면서 배타적인 분위기로 흐른 부작용도 있지만 현실적으로 상주 취재가 필요한 매체가 있는 만큼 무조건 기자단 기능을 백지화하라는 것은 성급한 요구다.
취재방식만`비판해선`해결`안돼
▷사회=기자실과 기자단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론을 말해달라.
▷안수찬=이 문제는 매체별로 해결할 사안이다. 기자실과 기자단 시스템이 비효율적이라고 판단하는 언론사는 출입처 중심의 취재가 아닌 다른 방식을 모색하면 된다.
▷성회용=결국 각 언론사가 어떤 기사를 원하고 어떻게 기자를 관리하는냐가 관건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단숨에 뿌리뽑는 건 무리다. 긴급사안이 터지면 기자실에 연락해서 풀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 신생매체나 규모가 작은 언론사가 제외되는 일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런 경우엔 신생 매체들이 취재원에게 정보 풀을 적극 요구하는 등 문제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 또 브리핑룸을 어떤 방식으로 운영할 것인지는 언론계가 정부나 학자들, 시민사회와 함께 머리를 맞대고 연구해야할 몫이다. 물론 기자실에서 발생하는 각종 폐해의 개선은 기자들의몫이고 기자들의 생산적인 활동을 고민하는 것은 언론사의 몫이다.
▷박인규=요즘 신문의 신뢰도가 떨어지고 있다. 출입처 위주의 취재시스템도 문제지만 인적자원에 대한 투자가 미비한 게 더 큰 문제다. 무가지 10만부를 안 찍으면 기자 2∼3백명을 채용할 수 있다는 소리가 있지 않은가. 판매시장의 정상화라는 큰 틀에서 접근해야지 출입처 위주의 취재방식만 비판해선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각종`정보`인터넷`공개`바람직
▷사회=전체적으로 기자실 문제는 정보접근권이나 취재 시스템 개선과 맞물려 있다고 보는 것 같다. 특히 기자 개인의 도덕성 문제로 접근하는 데 대해서는 부정적인 의견이 많았다. 끝으로 덧붙일 말씀이 있다면.
▷박종권=정보접근이 차단되는 것은 곤란하고 또 이제 그런 곳도 없어져 가고 있다. 그렇다면 좀 더 용이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개선해야 하는 과제가 남았다. 기자단의 문제는 또 다른 차원이다. 기자단은 나름대로의 역할이 있기 때문에 무조건 해체하라는 것은 지나친 요구다.
기자실 문제 역시 지엽적인 문제다. 네티즌과 독자들의 언론불신의 진원지는 어디인지, 점점 떨어지는 언론의 신뢰도는 어떻게 회복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성회용=최근 몇몇 기자들의 비리가 인터넷을 통해 폭로되면서 네티즌들이 언론 전체에 불신을 갖게 됐다. 이러한 불신을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라는 공감대 형성이 중요하다. 많은 기자들이 이 일을 계기로 자기 행동을 돌아보게 됐다는 점은 바람직한 일이다.
▷박인규=중요한 것은 원칙이다. 페어플레이를 할 수 있도록 당연히 정보차별이 없어야 한다. 정부기관은 대국민 서비스 차원에서 각종 정보를 인터넷으로 공개해야 마땅하다. 또 지금까지의 공보관 제도가 출입기자들과의 인간관계 맺기에 급급한 폐해를 보였다면 이젠 정부부처의 정보제공 시스템을 합리화하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
▷안수찬=이번 사태의 배경에는 독자들의 언론개혁 열망이 깔려있다. 언론개혁에는 여러 과제가 있지만 기자실과 기자단의 기존 관행을 지적한 것을 겸허히 수용하자. 이제 공은 각 언론사와 기자들에게 있다. 그렇지만 기자실과 기자단을 해체한다고 해서 모든 불신과 언론개혁 열망이 해소되진 않을 것이다. 편집권 독립 등 여러 문제가 같이 해결돼야 한다. 언론이 공정하고 깊이 있는 보도를 함으로써 이 논쟁을 발전적으로 승화시켜야 한다. 정리=서정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