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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후 보도 청구권을 아십니까?

´이적성 교과서´ 무죄 경상대 교수들, 동아.조선 상대 '판결 보도하라'청구

김 현  2000.11.17 21: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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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에서 빨갱이로 몰아댈 때는 그렇게 열심이더니 이제 법원에서 무죄라고 하는 데도 보도하지 않는 이유가 뭡니까.”

이적성 교재 저술 혐의로 94년 검찰에 기소된 ‘한국 사회의 이해’의 저자 장상환·정진상 경상대 교수가 7월 24일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자 자신들에 대한 판결 사실을 보도하지 않은 동아일보와 조선일보에 추후보도를 청구했다.

이들 교수는 지난 24일 동아·조선의 사회부에 추후보도 청구서를 보내고 “6월에 있은 검찰의 구형은 보도하면서 한 달 뒤에 내려진 법원의 무죄판결 사실을 보도하지 않은 것은 단순한 부주의가 아니라고 여겨진다”면서 “지금이라도 1심 무죄 판결을 추후 보도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들 교수의 판결 내용은 대부분의 중앙 일간지가 판결 직후 기사화 했으나 동아와 조선만은 보도하지 않았다.

장상환 교수는 “당시 언론은 검찰 기소를 기각했던 판사까지 이상한 사람으로 몰아가며 여론 재판에 들끓었다”고 회상하며 지금의 언론 보도에 불만을 토로했다.

보도 요청을 받은 동아·조선의 사회부는 “기사 누락에 다른 의도가 없었던 만큼 추후 보도를 거부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두 언론사는 이번 보도 요청이 정정·반론보도와는 성격이 다른 것이어서 ‘이미 다른 언론사가 써버린 기사’를 지면에 어떻게 반영해야 할 지에 대해 고민하는 모습이다.

청구서를 전달받은 김동철 동아일보 사회부 차장은 “한 달이나 지나서 그냥 기사화하는 것도 이상하다”며 “부장과 논의해보겠다”고 말했다. 조선일보는 보도 요청을 받고 경남·울산지역의 지방판에 두 교수의 인터뷰 기사를 싣는 방안을 25일 장상환 교수에게 제안했다. 장 교수는 “정 교수와 상의해봐야겠지만 너무 가볍게 다루는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정기간행물 등록에 관한 법률(정간법)은 추후보도 청구권에 대해 ‘범죄혐의가 있다거나 형사 상의 조치를 받았다고 보도된 자는 그에 대한 형사절차가 무죄판결 또는 이와 동등한 형태로 종결된 때에는 그 날로부터 1개월 이내에 서면으로 언론사에 이 사실에 관한 추후보도의 게재를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보도는 청구인과 언론사의 협의로 이뤄지며 협의가 무산될 경우 언론중재위에 구제신청을 할 수 있다.

장 교수측의 이번 판결은 1심인데 반해 정간법 상에서는 최종 판결에 대한 추후보도를 규정하고있어해석의 여지를 남겨두고 있다. 그러나 이번 추후보도 청구는 사건 자체가 갖는 정치적인 의미와 함께 언론 보도의 책임을 묻는 또다른 방식의 제기라는 점에서 관심을 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