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가 대북관계를 둘러싸고 부쩍 할 말이 많아졌다. 지난 15일부터 2주일 동안 대북문제를 다룬 사설만도 10여 건에 달했다. 거의 매일이다. 논조 역시 다른 신문들과 거리를 두는 경우가 많았다.
먼저 남측 언론사 사장단과 오찬 석상에서 나온 김정일 국장위원장의 발언을 놓고 조선일보는 15일 사설을 통해 “남북관계 개선의 의지가 있는 것인가, 아니면 전략적이고 계산된 이미지 개선의 일환인가에 대한 결론을 유보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발언 내용이 “남북관계 개선에 필요한 것이긴 하지만 지엽적이고 모양새만 갖추는 것이란 생각이 들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반면 같은 날 경향신문, 동아일보, 한국일보 등은 김 위원장의 남북관계 개선과 변화 의지를 평가하는 데 무게를 두었다.
조선일보의 ‘신중론’은 16일 ‘만물상’에서 “대중성을 잘 꿰뚫고 있는 김정일은 6·15를 계기로 북한뿐만 아니라 남쪽에도 그의 팬클럽을 만들 좋은 찬스가 다가오고 있음을 확신함직하다. 그는 적어도 남쪽에서는 절반 이상 성공했다”는 ‘경계론’으로 이어졌다. 19일 사설에서는 ‘북한 이산가족들이 우리의 끈질긴 노력 끝에 이뤄진 이산가족 상봉을 ‘오로지 김정일이 은덕’이라고 말하는 것은 사실왜곡의 극치’라고 비난했다.
조선일보는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의 방북 건에 대해서도 편차를 보였다. 17일 사설에서 “‘국회에서 야당이 반대하면 대북사업 추진이 어려워진다’는 사실에 따른 ‘장애물 제거’ 작전의 하나일 수도 있다”며 신중한 결정을 강조했고 정부측과 ‘초청 논란’이 벌어지자 21일 “국내정치가 북한변수에 교란 당하게끔 전개된 것이라는 점에서 불쾌하고도 불행한 사건”이라고 평했다. 아울러 26일에는 ‘기회주의적이거나 보수와 진보, 양다리짚기식 자세를 보이고 있다’면서 한나라당의 대북태도를 비판하기도 했다.
같은 사안을 다룬 경향신문, 중앙일보 등은 남북문제가 정권 차원의 사안이 아니라는 점에서 이 총재의 방북을 긍정적으로 평가했으며 초청 논란과 관련 ‘중요한 것은 북측의 초청사실과 방북 성사 여부’라는 입장을 보였다. 반면 동아일보는 “초청과정이 석연치 않고 적절한 격식을 갖춘 것으로 보기 어렵다”며 방북 유보 판단을 지지했다.
‘을지 훈련’ 축소 실시에 대해서도 조선일보는 목소리를 높였다. 조선일보는 22일 사설에서 “북한의 눈치를 살피며훈련을축소하다 못해 유명무실한 ‘종이 호랑이’로 만들어버리는 모습을 보면서 이 정부가 최소한의 안보의식과 나라로서 줏대를 가지고 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중앙일보, 한국일보 등은 ‘을지 포커스도 화해무드’, ‘탈날라, 을지훈련 조심조심’ 제하 기사로 다뤘고 국민일보는 22일 사설에서 ‘이번 훈련을 계기로 군사훈련 참관 등 신뢰구축 쪽으로 북한을 유도하는 것이 더 바람직할 수 있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조선일보는 국군포로, 납북자 문제에 대해서도 두 차례 사설을 통해 문제해결을 촉구하는 등 타사보다 적극적인 보도태도를 보였다. 또 북으로 송환될 장기수들이 남쪽 가족과 함께 보내줄 것을 요구하자 22일 ‘만물상’에서는 “우리의 은덕에 감사하기는커녕 이제와서 ‘보따리’를 내놓으라고 한다”며 불만을 피력했다.
다른 신문들도 대부분 사설을 통해 납북자 문제를 거론했다. 이 가운데 경향신문, 국민일보, 대한매일, 한겨레 등은 ‘상호주의 논리로 당장 납북자 송환을 요구하기보다는 장기수 송환, 이산가족 상봉 제도화 등의 사안을 단계적으로 풀어나가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