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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북 기자단 구성.활동 싸고 잇단 논란

통일부 기자단 분위기 뒤숭숭

김 현  2000.11.17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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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부 기자실 분위기가 뒤숭숭하다.

남북 정상회담과 이산가족 상봉 등으로 가장 주목받는 출입처가 되었지만, 이 과정에서 잡음도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첫 잡음은 이산가족 방북취재단 구성 과정에서 비롯됐다. 기자들의 ‘공평한’ 취재 기회와 기자단의 ‘효율적’ 운영을 놓고 마찰이 일었다.

20명의 취재단 가운데 6명의 신문 기자를 ‘공평하게’ 제비뽑기 한 결과 대한매일, 문화일보, 부산일보, 한겨레신문, 코리아헤럴드, 그리고 CBS가 관례대로 신문기자단으로 선발됐다. 그러자 한편에서 6개월 이상 출입한 기자만 공동 취재단에 포함시켜 온 기자실 관행을 근거로 이의를 제기했다. 논의 끝에 이 관행을 폐기하기로 결정했으나 이 과정에서 각사 이해관계를 절충하던 주용성 연합뉴스 기자가 기자실 간사를 사퇴했다.

평양에 간 6명의 신문기자단 기사의 양과 내용이 부족한데다가 매번 마감 시각을 넘겨 송고되자 다시 불만이 나왔다. 한 기자는 “방송은 화면이 나오고 있는데 신문 기사가 오지 않아 당황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공동취재단의 데스크를 한겨레 차장이 맡았는데, 기사 조율이 매끄럽지 못했다는 말들이 불거져나왔다.

한 출입기자는 “취재단의 어느 기자가 ‘처음 타본 고려항공’이라는 기사를 쓰려하자 한겨레 차장이 ‘너만 처음 타본 걸 갖고 무슨 기사를 쓰냐’고 말해 불만을 샀으며 남과 북의 적십자 총재가 만날 때 취재를 하려하자 ‘서울 가서 인터뷰하면 된다’고 말해 팀웍에 이상이 있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한겨레 차장은 “애초의 취재단 구성과 취재단 내의 팀웍, 취재 환경에 대한 대비 등이 모두 문제가 있었다”고 말했다.

방북 취재를 했던 다른 기자도 “인적 구성, 취재 준비 등에 있어서 미흡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그러나 한 가족에 기자 한 명이 밀착했던 서울과는 달리 100명의 가족을 6명의 기자가 취재하는 것은 이미 예견된 실패였다”고 말했다.

공동 취재단 운영의 근본적인 문제가 극히 적은 수로 제한된 취재단 인원에 있다는 것은 통일부 기자들의 공통적인 지적이다.

통일부 기자실은 4월 정상회담 이후 기자 수가 2배 가량 늘어 신문 10개 사, 방송 8개 사, 통신 1개 사에서 50명의 기자가 출입하고 있다.

이같은 사정은 방송쪽도 크게 다르지 않아서 이번 이산가족 보도를 내보낸 한 방송기자는 “현장에서 취재기자가배터리를들고 뛰어다녔지만 화면이 모자라서 정말 빨치산식으로 때웠다는 얘기를 주고받는다”며 고충을 털어놓았다. 또 회의 때마다 연합뉴스의 통신사 위상 문제도 빼놓을 수 없는 논란으로 등장해 이래저래 통일부 기자실은 애를 먹고 있다.

기자실은 23일 오후 회의를 갖고 기자실 간사 선출과 연합뉴스의 위상 등에 대해 논의했으나 결론을 내리지 못했으며 취재단 구성도 “이미 뽑아놓은 순번까지는 그대로 가자”는 데에서 일단락 지었다. 남북 화해라는 새로운 취재 환경 적응에 진통을 겪는 통일부 기자실의 움직임은 남북 관계전환기에서 언론이 겪어야 할 또다른 모습이라는 것이 언론계의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