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귀국한 언론사 사장단의 방북 이후 ‘남북언론 공동합의’를 이끌어낸 공식 일정은 물론 간간이 흘러나오는 뒷이야기를 둘러싸고 언론계의 많은 관심이 쏠렸다. 그 뒷이야기 가운데 하나가 사장단이 11일 묘향산에 있는 국제친선전람관에 들른 일이었다.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세계 각국으로부터 받은 선물을 모아놓은 전람관에 과거 북측을 방문했던 언론사에서 전달한 선물도 그대로 전시돼 있더라는 것. 월간중앙은 9월호에 이 같은 사실을 전하면서 ‘동아일보가 김일성의 기념비적인 항일투쟁으로 선전되고 있는 보천보 전투를 보도한 당시 기사를 순금 판으로 만들어 전달한 것이 그대로 진열돼 있었다’고 보도했다.
이 같은 ‘선물’은 지난 98년 언론사 방북이 잇따르면서 북측에 전해졌다. 당시 언론사의 방북 행렬은 98년 8월 중앙일보 홍석현 사장을 시작으로 같은 달 동아일보 김재호 이사대우, 10월 들어 김병관 회장, 11월에는 한겨레신문의 권근술 사장으로 이어졌다. 물론 동아일보 외에도 이들 언론사는 모두 별도의 선물을 북측에 전달했다. 방북 길에 합류한 관계자들에 따르면 중앙일보는 운보 김기창 화백의 그림을 선물했다고 한다.
한겨레는 선물이 독특했다. 한겨레는 ‘더불어 숲’ 등 남북의 하나됨을 기원한 신영복 성공회대 교수의 글씨 두 점과 함께 박재동 화백이 캐리커처 형식으로 그린 김정일 위원장과 김용순 노동당 비서의 초상화를 전달했다. 방북단에 합류했던 한 관계자는 “신영복 교수의 글씨는 그쪽에서도 매우 흡족해했으나 박 화백의 그림은 김 위원장을 너무 희화화한 것이 아니냐는 생각이 들어 가져가는 쪽도 받는 쪽도 난감해 했던 기억이 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