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언론의 근무여건 개선 요구가 끊이지 않는 가운데 체불·급여삭감 등 만성화된 문제가 또다시 불거졌다.
영남일보 노조(위원장 조정래)와 기자들은 최근 체불임금 지급을 촉구하며 회사에 잇따라 소송을 제기하고 나섰다.
노조를 비롯한 사원 90명은 지난달 29일 국민연금 횡령 혐의로 박창호 회장과 김경숙 사장을 대구지검에 고소했다. 이들은 소장에서 회사가 98년 3월에서 올 8월까지 기간 중 22개월 분의 국민연금 8억 6,768만원을 미납했으며 이 가운데 사원들에게 4억 9,306만원을 급여에서 원천 징수하고도 관리공단에 납부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영남일보는 98년부터 회사와 사원들이 50%씩 국민연금을 부담해왔다.
이에 앞서 지난달 17일 기자들을 비롯한 사원 186명은 회장과 사장을 상습체임 혐의로 대구지방노동청에 고소한 바 있다. 또 25일에는 사원 91명이 “지난 97년 8월 이후 2년 6개월 동안 밀린 임금 7억 3,00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대구지법에 임금지급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영남일보는 지난 97년 8월, 10월, 12월 상여금 250%를 체불했으며 IMF 체제에 접어들었던 98년 노사협의회를 통해 상여금 600% 전액 삭감, 직급에 따라 급여 20~50% 반납에 합의한 이후에도 98년 3개월, 99년 1~2개월 분의 급여를 지급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영남일보 사원들은 99년 10월 노조를 설립해 지속적으로 체불임금 지급을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노조는 “그동안 회사가 자구노력을 보이지 않은 채 98년에 국실 별로 10~20%의 감원을 시행하는 등 급여삭감, 체불, 감원 등으로 일관해왔다”면서 “사원들이 생활을 영위할 수 없을 만큼 경제적인 어려움에 처해있어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노조는 이와 관련 영남일보의 실질적인 소유주는 박창호 회장이라며 경영책임을 묻고 있다. 박 회장은 전 갑을그룹 회장으로 지난 90년 대표이사 사장으로 취임했으며 92년 회장으로 추대됐다.
영남일보는 99년 8월 현재 갑을그룹 계열사인 신한견직이 49.99%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신한견직은 지난 98년 금융감독위원회에서 발표한 퇴출기업 명단에 포함돼 합병 대상으로 처리된 바 있으며 갑을그룹 역시 현재 워크아웃 중에 있다.
때문에 회사는 체불임금 문제에 대해 특별한 해법을 제시하지 못하는 형편이다. 회사의 한 관계자는 “올해도 경기회복 조짐이 보이지 않아 광고 등 실적면에서특별히 경영이 호전될 요인은 없다”면서 “대주주의 지원을 바라기 힘든 상황에서 삭감된 급여도 제대로 지급하지 못한 데 따른 사원들의 불만은 이해하지만 딱히 대책이 없어 난감하다”고 말했다.
영남일보는 지난 80년 언론통폐합 조치로 강제 폐간된 이후 88년 복간하면서 93년에는 매출신장률 49.7%로 전국 언론사 가운데 가장 높은 신장세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IMF 이후 경영상황이 악화되면서 98년, 99년 각각 185억원, 176억원의 적자를 냈으며 99년 현재 1,236억원의 부채를 기록하고 있다.
이와 관련 한 지방신문 기자는 “경영난을 이유로 한 급여 삭감이나 체불은 지방언론의 고질적인 문제”라며 “근무여건 개선과 경영 정상화 차원에서 조속히 공론화해 대책을 마련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