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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3사 편성규약 제정 난항

통합방송법 의무 규정 무색

서정은  2000.11.17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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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방송법에 의무화된 방송사 편성규약 제정이 난항을 겪고 있다.

KBS는 방송의 날인 9월 3일까지 제정하기로 합의하고 8월 말 노사 태스크포스팀에서 최종안을 도출하기로 했지만 지난 1일 회의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해 끝내 무산됐다.

KBS 노사는 지난달 8일 실국단위 편성위원회 구성에 동의하고 편성위 권한으로 ▷정기 편성시 제작자 의견수렴 ▷개편시 예산·인력문제 논의 등에 합의한 바 있지만 사측이 지난 1일 이런 조항을 빼고 선언적인 내용만의 편성규약안을 내놓아 노조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이도경 KBS 노조 공정방송위원회 간사는 “이미 합의했던 조항까지 삭제하는 등 회사가 제작 자율성을 보장할 의지가 없다는 것이 드러났다”며 “9월 3일까지 제정하자는 약속을 어긴 만큼 앞으로 강력한 투쟁을 벌여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SBS는 지난달 29일 편성규약 제정을 위한 1차 공정방송협의회(이하 공방협)를 열었지만 회사에서 편성규약안을 마련하지 않은데다 노조를 제작자 대표로 인정하지 않고 있어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김도식 SBS 노조 사무국장은 “회사에 사측 편성규약안을 만들어 노조안과 비교·검토하자고 수차례 요구했지만 회사는 ‘노조를 제작자 대표로 볼 수 없어 합의할 필요가 없다’는 무성의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며 “회사에 노조안을 면밀히 검토한 뒤 사측 안을 마련하라고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SBS 노조는 ▷노사 동수의 편성위원회 구성과 ▷보도·제작책임자 임면 및 예산 심의시 편성위 동의를 거친다는 것을 골자로 한 편성규약안을 제시했다.

한편 MBC는 이미 프로그램 개편시 사장과 노조 대표가 참여하는 공방협에서 의무적으로 협의를 거치도록 돼 있어 다른 방송사에 비해 논란의 소지가 적은 편이다. MBC 노조는 9월 초 회사와 구체적인 협의를 갖고 늦어도 9월 말까지 편성규약 제정을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강중묵 MBC 노조 부위원장은 “제작 자율성 보장이 이미 노사간에 이뤄지고 있어 앞으로 치열한 논란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미 확보한 사안을 편성규약에 어떻게 정리할 것인가가 남은 과제”라고 말했다.

현재 통합방송법 제4조에는 “방송사업자는 취재 및 제작 종사자의 의견을 들어 방송 편성규약을 제정하고 이를 공표해야 한다”는 의무조항이 있지만 구체적인 규약 내용에 대한 규정은 없으며 위반시에는1년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