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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를·켜·며] 출석 점검이라니

서정은  2000.11.17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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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들이 외부행사에 단체로 동원된 적은 유례가 없다. 남북이산가족 특집방송으로 지쳐있는 기자들에게 이른 아침부터 외부 행사에 동원한다는 건 말이 안된다”

요즘 SBS 기자들 심기가 불편하다. 지난달 22일 방송기자클럽 행사에 SBS 기자 20여명이 자리 채우기에 동원됐기 때문이다. 기자들은 행사 전날 보도본부장의 지시로 부서에서 한두명씩 차출돼 행사가 끝날 때까지 자리를 지켜야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동원된 기자들의 상당수가 방송기자클럽 회원이 아닌데다 참가비마저 각 부서에서 부담토록 했다는 것이다.

윤세영 SBS 회장의 처남이자 SBS 보도본부장 출신인 변건 SBS프로덕션 사장이 방송기자클럽 회장이라는 점에서 이번 행사 동원은 ‘최고 경영진 친인척의 체면 세워주기’라고밖에는 달리 해석할 여지가 없어 보인다. 이를 반증하듯 변건 사장이 방송기자클럽 회장에 취임하자 SBS 보도국 간부들은 차장대우급 이상 전원을 회원으로 가입시켜 물의를 빚기도 했다.

울며 겨자먹기로 가입했다는 한 기자는 “강제 가입이나 행사 동원이 결국 경영진 친인척의 체면 세워주기 차원에서 이뤄진 일 아니겠느냐”며 “자발적으로 가입했다면 몰라도 이런 식이라면 연회비 3만원조차 아깝다”고 토로했다.

언론계 행사에 많은 후배들이 참석해 자리를 빛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야 이해가 안가는 바는 아니다. 일부 기자들은 “행사 동원은 어디나 있는 관례다. 가 보면 도움이 되기도 한다”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부서별 할당에 출석까지 부르겠다는 전언에는 고개를 설레설레 저을 수밖에 없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