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는 취재원의 안전이 위태롭거나 부당하게 불이익을 받을 위험이 있는 경우 그 신원을 밝혀서는 안된다”
96년 신문협회·편집인협회·기자협회 등 언론 3단체가 함께 채택한 신문윤리강령 실천요강의 한 구절이다. ‘취재원 보호’는 기자사회의 불문율일 뿐더러 언론인의 직업윤리임을 명시하고 있다.
일선기자에게 취재원은 몸의 피와 같은 존재이다. 피가 없이는 살아갈 수 없듯이 취재원의 도움 없이 기사를 쓰기란 실상 불가능하다.
그렇더라도 취재원 보호는 제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범죄를 저질렀거나 비윤리적인 행위를 한 사람에게까지 마구잡이로 취재원 보호를 약속해서는 안된다. 단 취재원이 신변이 위태롭거나 부당하게 불이익을 당할 위험에 처할 경우 보호해야 할 의무를 기자는 지고 있다. 이때문에 미국의 여러 주는 기자에 대해 취재원에 관한 증언거부권을 인정하고 있다.
최근 검찰은 선거법 위반혐의를 받고 있는 국회의원 116명에 대한 수사보고서의 유출경위를 파악하기 위해 이를 입수, 보도한 내일신문 특별취재팀장에게 두 차례 소환장을 보냈다. 문건을 유출한 사람이 공무상 기밀누설 등의 범죄혐의를 받고 있어 소환한다는 것이 검찰측 입장이다. 검찰의 소환에 응하느냐 마느냐는 당사자가 판단할 문제이다. 그러나 소환에 응하든 않든 그로 인해 이 문건을 기사화한 기자와 내일신문이 유무형의 불이익을 당해서는 안 된다는게 우리의 생각이다.
우선 내일신문은 공익을 위해 이 문건을 보도했다. 내일신문측은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키고 정치개혁과 선거사범에 대한 검찰의 투명하고도 엄정한 수사를 촉구하기 위해 이를 공개했다고 밝히고 있다. 실제로 이 문건의 공개로 국민들은 절반이 넘는 지역구 의원들이 법을 어겨가며 금배지를 달았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이들에 대한 검찰 수사의 강도가 높아지고 있다. 이로써 정치개혁에 대한 압력도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둘째로 취재원 보호에 대한 압박은 언론의 자유를 위축시킬 가능성이 있다. 언론의 자유는 두말할 나위없이 국가형벌권에 우선해 우리사회가 지켜야 할 법익이다.
셋째, 내일신문이 보도한 문건은 이미 우리 눈으로 확인한 대로 공개될 경우 나라의 안전을 위협할 수도 있는 국가 기밀이 아니다. 1971년 미국 연방대법원은 미 국방부의 베트남전 개입에 관한 1급 비밀보고서의 내용을 보도한 뉴욕타임스와보도의중단을 요구한 미 정부간의 소송에서 뉴욕타임스의 손을 들어주었다. 취재원 보호의 시금석이 된 이른바 ‘엘스버그 사건’이다. 29년 전 일이다.
우리는 내일신문측의 문건 제보자에 관한 정보제공 거부가 제한적으로 이뤄져야 할 취재원 보호에 해당한다고 믿는다.
자체 조사를 통해 해당 문건을 외부에 유출한 직원을 찾아내는 것은 검찰의 일이다. 내부 문건의 유출로 검찰에 비상이 걸린 것도 있을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만에 하나 검찰이 해당 기자와 내일신문에 대한 무리한 수사로 언론의 자유를 위축시키려 든다면 우리는 결코 그대로 두고 보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