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련의 ‘안티’ 움직임에 대해 조선일보가 공식적인 입장을 밝힌 바는 거의 없다. 이와 관련 지난해 ‘심층해부 언론권력’ 시리즈를 보도한 한겨레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및 정정보도 청구소송에서 조선일보는 안티조선에 대한 입장을 언급하기도 했다.
조선일보는 안티조선을 다룬 한겨레 기사에 대해 “안티조선 운동은 극소수 사람들이 주동하고 있는 불법적인 운동이지, 결코 이 사회의 대세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국민 대다수는 조선일보가 표방하는 사시 및 편집강령을 지지하고 있으며 이는 판매부수, 매출액 등의 지표를 통해 현실적으로 확인되고 있다”는 것. 조선일보는 “안티조선 운동의 일환으로 자행되고 있는 구독 및 판매 방해 행위를 부추기는 것은 정당한 업무 집행을 방해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주간조선은 지난해 12월 ‘2001년의 10대 부정적 사건’ 중 하나로 ‘안티조선 파문과 홍위병 논란’을 거론하기도 했다.
기자들 역시 무관심하거나 부정적인 반응이 많다. 한 기자는 “반대나 절독운동 자체는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본다”면서 “다만 소비자운동이라는 ‘외피’를 쓰는 것은 적절치 않다. 정치운동을 표방하는 게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기자는 “동일한 이념을 가진 집단이 다른 진영의 소비자들에게 구독하지 말라고 요구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동의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또다른 기자는 “내부 성찰을 유도할 수 있는 운동이었다면 왜 반응이 없었겠느냐”고 반문하며 “사실 내부적으로 별 관심이 없는 사안”이라고 전했다. 이 기자는 “친일, 권력에 빌붙은 운운하는 지적은 너무 천편일률적”이라며 “매일매일 기사 작성하고 신문 만드는 기자들에게 그같은 비판은 별다른 영향도 의미도 없다”고 덧붙였다.
안티운동의 방식에 대한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유석춘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독자들이 특정 신문을 평가하고, 연대해 ‘이 신문 안보겠다’고 할 수는 있다. 문제는 생각을 달리 하는 사람들을 의식이 없다거나 하는 식으로 몰아세우는 태도”라고 말했다. 유 교수는 “그동안 조선일보에 글을 쓴다는 것 때문에 인터넷 상에서 수많은 욕설에 시달렸다”며 “토론 과정을 통해 더 많은 지지를 획득하도록 노력해야지 ‘자기 생각이 맞다. 다른 것은 응징해야 한다’는 방식은 예전 군부 독재적 발상”이라고 말했다.
안티조선 논쟁을 쟁점으로 다룬인터넷언론 뉴스타운(www.newstown.co.kr)에도 유 교수와 같은 맥락의 비판 글들이 실려 있다.
“미디어를 맹목적으로 사랑하지도 근거 없이 미워하지도 말자. 미디어 사이트에서 미디어에 아첨하는 꼴도 보기 흉하지만 떼로 몰려와 행패부리는 자들은 테러리스트에 다름 아니다.”
“보고 싶지 않은 사람은 보지 않아도 되므로 신문마다 다양한 스펙트럼을 확보하고 각각의 독자가 자기에게 좋은 신문을 알아서 선택하는 것이 최선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