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의 새 사장이 결국 기습 주총에 의해 선출됐다. 그러나 노조측은 이번 인사가 낙하산 인사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어 한동안 진통이 예상된다.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이라는 우리 언론의 해묵은 숙제가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는 현실 앞에서 우울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
최근 일부 신문들의 거의 악의에 찬 비판에 직면한 정부로서는 한명이라도 자신들에 우호적인 인사를 언론사 사장에 앉히고 싶은 심정일 것이다. 게다가 5공 이후 연합뉴스의 사장은 사실상 정부가 선임해 왔다는 점에서 ‘잘못된 게 뭐 있느냐’고 항변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어떤 정치인보다도 언론에 의한 피해를 크게 입었던 김대중 대통령이 진정 언론개혁을 원한다면 이번과 같은 인사 행태는 피해야 했을 것이다. 언론개혁의 요체는 바로 언론의 독립성에 있기 때문이다.
하기야 이같은 주문은 집권 절반이 지난 이제는 때늦은 공염불에 지나지 않는다. 이미 그동안의 인사에서 ‘권력은 바뀌었으나 권력의 행태는 여전하다’는 것이 수없이 입증됐기 때문이다.
결국 언론의 독립성은 당사자인 언론인이 지켜야 한다는 평범한 진리가 확인된 셈이다. 한국의 언론인들은 과연 언론의 독립을 위해 얼마나 노력해 왔나. ‘거의 아무런 노력도 기울이지 않았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연합뉴스든 KBS, MBC든 또는 언론재단이든 사장 또는 이사장의 법적 선출 권한을 갖는 이사회가 엄연히 존재한다. 그러나 이들 이사회가 독자적으로 사장(이사장) 선출 문제를 논의했다는 얘기는 한번도 들어본 적이 없다. 그저 정부가 낙점한 인물을 사후 추인하는 거수기 역할을 해왔을 뿐이다.
딱 한번, 2년전인가 언론재단의 이사장 선출과정에 대해 기자협회가 이의 제기를 한 적이 있을 뿐이다. 그나마 기협의 이의 제기는 공영 매체 및 언론 유관단체 장의 선출과정을 민주화하는 데는 이어지지 못하고 흐지부지돼 버렸다.
이들 이사회는 대부분 언론인들로 구성돼 있다. 따라서 이들이 법적으로 보장된 사장 선출 권한을 행사하기만 하면 언론의 독립성은 확보될 수 있다. 그런데 어찌된 셈인지 이사회의 사장 선임이라는 법적 권한은 정부에 의한 임명이라는 관행 앞에 맥을 못 추고 있다.
우리 언론은 개별 사 차원에서는 정부의 횡포에 맞서 언론 자유와 독립성을 지키려는 투쟁을 수없이 전개해 왔고지금도하고 있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언론계 전체의 차원에서 언론자유와 독립성을 지키려는 노력은 흔적 없이 사라져 버렸다.
개별 언론사가 할 수 없는 일이라면 누군가가 나서야 한다. 언론개혁을 위한 세미나를 수없이 열어봐야 공염불에 지나지 않는다. 언론사, 언론 단체의 인사권을 정부의 손에서 언론인이 되찾기 전에는. 기자협회와 편집인협회, 신문협회 등 언론인단체의 맹성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