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자제는 기사의 질 제고, 기자직의 전망과 관련 언론계의 관심을 모아온 대표적인 분야 중 하나이다. 지금까지는 외부에서 전문위원이나 전문기자 형식으로 영입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으나 최근 들어 자체적인 전문기자 양성 움직임도 구체화되고 있다.
현재 전문기자 ‘제도’를 운영 중인 언론사는 94년부터 외부 전문가를 대대적으로 영입한 중앙일보와 지난 8월 처음으로 전문기자 신청을 받은 조선일보 정도. 여기에 한국경제는 전문기자 양성에 대한 별도 규정을 마련, 다음달부터 실시할 예정에 있으며 한겨레는 지난달 14일 전문기자제추진위원회를 구성해 제도 마련에 한창이다.
또 방송사들도 외부 전문가의 영입을 실행에 옮겼거나 계획 중에 있어 올 들어 전문기자제에 대해 ‘가야 할 길’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당사자인 전문기자들의 체험담과 각사 관계자들의 입장을 들어보면, 그 길이 그리 쉽지만은 않다.
과연 무엇이 고민인지, 외부에서 온 전문가들은 얼마나 적응했으며 내부 양성 전문기자들은 어떻게 나아가고 있는지 시리즈를 통해 알아본다.
94년 6월 전문기자 14명을 영입한 이래 현재 19명의 전문기자를 두고 있는 중앙일보의 경우 점차 내부 전문기자 육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중앙일보는 95년부터 매년 사내에서 전문기자 후보 신청을 받아왔으며 올해의 경우 지난 7월 본인 신청, 담당 부장 추천 등으로 20여명의 기자가 후보자로 접수됐다.
이들은 인사고과, 지망분야의 장래성, 기여도 등을 고려해 후보로 선발되며 10년차 이상이 되면 다시 후보 ‘꼬리표’를 뗄 것인지 여부를 심사 받게 된다.
중앙일보는 기존 전문기자의 경우 연조, 경력 등에 따라 전문기자, 전문위원, 선임 전문위원, 수석 전문위원으로 나누고 있다.
의학, 국제금융, 대중문화, 환경 등 4명의 전문기자를 두고 있는 조선일보는 7~8년차에서 10년차 안팎의 기자 12명 정도가 전문기자를 신청했다. 심사는 국장단과 신청자의 담당 부장 사이에 1차 논의를 거쳐 선발위원회에서 최종 결정하게 되는데, 현재 1차 심사를 진행 중이다. 전문기자를 신청한 기자는 기존 호봉제나 연봉제 계약 가운데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조선일보는 전문기자 지원책으로 기수 별로 7년째 실시하고 있는 연수특파원제를 전문화 연수로 특화시키는 방안과 해당 분야 전문기자를 지망하는 기자가 보완할 점이 있을경우‘조건부 전문기자’ 형식으로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실제로 한 기자는 전문기자 요건을 충족하기 위한 국내연수 프로그램을 2년째 회사에서 지원 받고 있다.
한국경제는 지난 3~4개월 동안 내부 논의를 거쳐 외부 채용, 내부 발탁에 대한 요강을 확정해 시행을 앞둔 상태다. 일단 금융, 증권, 보험, 정보통신, 건강, 골프 등 가능한 지원 분야도 명시해 놓았다. 전문기자로 선발될 경우 연봉제로 계약하게 되며 회사는 연수 등의 기초적인 지원방안들도 마련했다. 심사는 국장단과 일부 부장으로 구성된 편집국 심사위원회의 1차 논의를 거쳐 인사위원회에서 확정되면 최종적으로 임명권자가 결정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한겨레의 경우 전문기자제추진위에서 당초 11월까지 도입 방안을 내놓을 계획이었으나 10월로 앞당기자는 여론도 적지 않아 논의에 가속이 붙을 전망이다. 이와 관련 노사 각 4명으로 구성된 ‘한겨레발전대책특별위원회’에서 이달 초 발표한 1차 보고서에 전문기자제 도입 문제를 주요하게 거론한 것으로 전해졌다.
방송의 경우 MBC와 SBS가 최근 두달 전후로 의학 전문기자를 영입해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이처럼 외부 영입으로 시작된 전문기자제는 방송으로 일부 확산되는 가운데 몇몇 언론사를 중심으로 내부 전문기자 양성을 위한 제도 마련 쪽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물론 언론계에서는 장기적으로 전문기자제 도입의 필요성, 혹은 불가피함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미 정보 전달 역할은 인터넷에서 다 하고 있으니 언론은 전문적인 기획·해설을 강화할 수밖에 없지 않은가. 기자 모두가 데스크 거치고 국장할 수는 없기 때문에 현실적인 인력수급 문제를 고려하더라도 전문기자제는 필수적인 제도”라는 것이다.
반면 아직까지 외부에서 영입한 전문기자들에 대한 교육이나 내부 선발자들의 지원 방안 등 체계적인 프로그램이 마련된 사례는 찾아보기 힘든 형편이다. 한 언론사 간부는 “누구를 어떻게 전문기자로 선발·양성할 것인지에 대한 시스템을 정립하는 일이 쉽지만은 않다. 잦은 출입처 이동, 발생 기사, 속보 경쟁 위주의 풍토에서 심도 깊은 기사가 얼마나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지도 미지수”라며 시행의 고충을 토로하기도 했다.
여기에 지면과 화면을 통해 어떻게 전문성을 구현하느냐 하는 문제도 여전히 ‘전문기자 활성화 방안’이라는 제목의 숙제로 남겨져있다.때문에 대부분의 언론사 관계자들은 “전문기자제는 이제 시작하는 단계”라고 말한다. 전문기자제는 여전히 공론화를 기다리는 주요 의제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