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 대명동 화재참사 보도에 특정 매체를 제외한 대부분의 언론사가 무관심으로 일관해 보도 관점에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19일 군산 대명동 윤락업소에서 화재가 발생해 5명의 매매춘 여성이 숨진 사건을 두고 연합뉴스· 한겨레 등이 적극적인 후속보도에 나선 반면 대부분의 언론은 최초 사건 발생만을 단신 처리하거나 발생 기사조차 보도하지 않는 등 보도 수위에 다른 양상을 보였다.
한겨레는 사건 초기 발생기사와 경찰 발표만을 보도했으나 화재발생 당시 매매춘 여성들이 ‘감금’되어 있던 사실을 확인한 이후 23일부터 대전 주재기자까지 취재에 합류, 매매춘 여성들의 일기장, 업주들 금품갈취, 시민단체 대책위 구성, 업주와 공무원 유착 관계 등으로 후속보도가 이어졌다.
또 28일에는 ‘매매춘 범죄에 눈감는 사회‘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철창에 갇힌 채 불에 타 숨진 젊은 여성들의 죽음에 대해 사회적 책임이나 공분을 느끼지 않는 사회는 인간성을 포기한 야만사회”라고 지적하고 29일부터는 ‘인권사각지대, 매매춘 여성’제목의 3회분 시리즈를 시작했다.
연합뉴스도 사건 당일 첫 보도 이후 지속적인 속보를 내보내고 있다.
그러나 다른 언론들은 발생 첫 보도 이후 일기장이 발견됐을 때 대한매일과 문화일보 등이 사회면 주요기사로 다룬 것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침묵으로 일관했다. 동아·조선·중앙은 아예 사건 발생 기사조차 보도하지 않았다.
이같은 보도 양상은 단순한 기사 분량의 비교 이전에 인권 문제에 대한 각 신문의 시각 차를 드러내는 것으로 보여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한 일간지 전국부 기자는 “윤락녀들이 죽은 기사가 얼마나 큰 뉴스 가치가 있는지 모르겠다”며 “이보다 더한 악조건에서 사망한 사람들도 얼마든지 있는데 굳이 이 사건만 부각시킬 필요가 있느냐”고 말했다. 또다른 기자도 “뉴스는 만들기 나름아니냐”며 “다른 사건과의 차이를 별로 느끼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박임근 한겨레 전주주재기자는 “민권사회부를 두고 있는 한겨레의 성격에 맞는 취재와 보도를 했을 뿐”이라며 “한겨레 보도 이후 격려를 해주는 기자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반면 전북도청 기자실의 주재기자들은 ‘취재력의 한계’를 지적한다. 한 서울지역 일간지 전주주재기자는 “인권 문제가 올림픽에 파묻혔다”고 지적하며 “사건의심각성은공감하지만 주재기자 혼자서 너무 넓은 영역을 맡아야 하는 현실도 함께 생각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전북 도청 기자실에는 대한매일과 중앙일보, 한국일보가 2명의 주재기자를 두고 있으며 다른 신문사는 1명씩을 파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