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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모리 ´독도망언´삭제 논란

시민단체 '알 권리 침해', 제작팀 '정당한 편집권 행사'

서정은  2000.11.19 18: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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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한 편집권 행사인가, 국민의 알권리 침해인가?

지난달 21일 KBS 1TV를 통해 방송된 특별회견 ‘일본 모리 총리에게 듣는다’에서 모리 총리의 독도 관련 망언 인터뷰가 편집 과정에서 삭제된 것을 둘러싸고 안팎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독도가 일본의 고유 영토라는 것은 일본의 일관된 입장”이라는 요지의 모리 총리 발언이 편집에서 삭제된 사실이 지난 26일 KBS 노보를 통해 알려지면서 정치권 및 시민단체가 즉각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이들은 일본 총리의 망언을 규탄함과 동시에 이를 방송하지 않은 KBS에 대해 “언론의 기본적 책무를 저버렸다”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KBS 제작진은 “발언 삭제는 정당한 편집권 행사며, 외압 없이 국익을 고려해 자율적으로 판단한 것”이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프로그램을 담당한 보도제작국 손재경 PD는 “60년대부터 일본 역대 총리의 발언은 한결같다. 이번 모리 총리 인터뷰를 준비하면서 혹시 다른 입장이 나올까 싶어 예비로 질문했지만 어차피 마찬가지 내용이라 방송을 내보내지 않은 것”이라며 “제작자가 외압을 받았다면 문제지만 자율적인 토론을 거쳐 판단하고 편집한 것을 문제 삼는다면 취재·제작 활동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보도제작국 이성완 부장은 “국민의 알권리 차원에서 방송해야 했다는 문제제기가 있지만 방송이 나갔을 경우의 파급효과를 따져보면 전혀 도움될 것이 없다”며 “일본은 독도를 계속 문제 삼아 영토분쟁을 벌여 결국 국제법상으로 이득을 노리겠다는 논리인데 우리가 멍석을 깔아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KBS 기자협회 지회(지회장 배종호)는 지난달 28일 집행부·운영위 연석회의를 열어 이 문제를 논의했다. 이날 참석한 기자들은 모리 총리의 독도 관련 망언을 내보내지 않은 것이 외압에 의한 것이 아니라 제작진의 자율적 판단에 의해 이뤄진 만큼 정당한 편집권 행사였다는 점에서 의견을 같이했다.

하지만 뻔한 결과를 내다보지 못하고 독도 관련 질문을 한 것은 사려깊지 못했다는 지적도 아울러 제기됐다. 한 보도국 기자는 “방송을 내보낸 것과 아닌 것 가운데 어떤 것이 진정 국익을 위한 것인지 심도있게 토론해 볼 수는 있겠지만 제작진의 편집권 행사를 부도덕한 것으로 질타하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