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오보(誤報)에 대해 사과부터 해야겠다. 9월 27일자 예산 관련 기사에 ‘내년 1인당 조세부담액이 251만원이나 되고, 4인 가구 기준으로 1000만원이 넘는다’고 보도한 데 따른 사과다.
그날 신문들의 톤은 거의 대부분 비슷했다. 사설에서도 크게 다뤘다. 며칠간 국민들의 조세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난다는 기사가 지면을 장식한 것이다.
이 기사를 보고 적지 않은 국민들이 당혹해 했을지도 모른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 2/4분기 도시 근로자의 가구 소득은 월평균 233만원이다. 기사 내용대로라면 도시근로자들은 평균 소득의 30∼40%를 세금으로 날려버린다는 얘기가 된다.
사회보장제도가 잘 된 북유럽국가도 아닌 한국에서 이런 게 가능한 일인가. 결론부터 말하면 국민들의 조세부담액 기사는 오보다. 실제보다 부풀려진 게 많다.
내년에 국세는 96조2000억원, 지방세는 23조5000억원 정도 걷힐 것으로 전망된다. 이 세금을 국민수로 나눈 게 251만원이다. 이를 근거로 1인당 조세부담액과 4인가구 기준 조세부담액이 보도됐다. 하지만 따져보면 명백한 오류다.
왜 그런가. 재벌회장이나 장관, 국회의원 등 힘있는 계층부터 평범한 시민, 어려운 생활을 하는 계층까지 개인들은 세금을 낸다. 하지만 세금은 개인들만 내는 게 아니다. 삼성전자·포항제철·한국전력 등 모든 기업도 세금을 낸다. 기업들이 낸 세금이 국세와 지방세에 포함돼 있다는 뜻이다.
국세만 보더라도 내년 법인세는 18조9000억원이다. 법인세는 말 그대로 기업들이 내는 세금이다. 기업들이 보유한 부동산의 가치를 재평가할 때 내는 자산재평가세도 개인과는 거리가 먼 세목(稅目)이다.
세목 중 세금이 가장 많은 부가가치세(23조9000억원)에도 개인과는 관계없는 부분이 포함돼 있다. 양도소득세·증권거래세·이자소득세도 정도의 차이일 뿐 마찬가지다. 지방세도 국세와 별 차이는 없다.
사실과는 거리가 먼 부풀려진 조세부담액 기사는 정부가 국민들을 위해 해주는 것은 없으면서 세금만 뜯으려 한다는 그릇된 인식을 심어줄 수도 있다. 조세저항까지 우려될 정도이다. 언론이 사실을 축소하거나 은폐하는 것도 욕을 먹어야하지만 과장해서 보도하는 것도 바람직한 모습은 분명 아니다.
물론 정부도 잘한 것은 없다. 재정경제부(종전에는 재경원)도 관행적으로 국세와 지방세를 총인구로 나눈것을1인당 조세부담액이라고 발표해왔다. 다만 올해에는 금액이 많아 부담이 됐기 때문인지 공식적인 발표를 하지 않은 게 차이라면 차이일 뿐이다.
기자는 지난 97년 재경원을 출입할 때에도 마찬가지의 잘못된 기사를 썼다는 점도 고백한다. 하지만 내년에 다시 예산기사를 쓰게 되더라도 똑같은 잘못을 되풀이할 수밖에 없다는 점도 분명해 보인다. 앞으로 1년 이내에 한국의 언론풍토와 사회가 바뀌지는 않을 것 같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