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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기·자·실·은] 정보통신부

정치판 못지 않은 진검 승부의 세계, 바쁘지만 서로 안부 챙기며 정 주고받아

문영기  2000.11.19 19:0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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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영기 CBS 경제부 정보산업팀장













지난해 연말, 정보통신부 기자실은 가장 각광받는 기자실이기도 했고 가장 패배감을 안겨주는 기자실이기도 했다. 이른바 ‘닷컴’ 열풍이 몰아치면서 기사부담이 많아지고 2진에 3진, 4진까지 보강되면서 기사 전쟁도 치열했다.

당연히 1진 기자들이 들어와 있는 정보통신부 기자실은 ‘공부’에 열중하는 아주 학구적인(?) 분위기로 바뀌면서 기자들끼리 얼굴 마주보며 농담을 나누는 것조차 약간은 부담스러운 곳이었다.

여기에 ‘닷컴’ 열풍이 기자실까지 미치기 시작하면서 유능한 기자들이 하나둘씩 유망한 벤처기업으로 자리를 옮기거나 아예 창업을 하는 경우가 속출했다. 기자의 기억으로는 아마 14명인가 15명인가 정확하지는 않지만 1진 기자의 거의 절반에 가까운 기자들이 펜대를 놓고 ‘엘도라도’로 말을 타고 달려갔다.

그 당시 코스닥의 주가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으면서 30대인 모 사장은 시가총액 수백억의 재산가요, 어디로 자리를 옮긴 기자는 받은 스톡옵션이 수십억대에 이른다는 등 월급쟁이 기자들의 기를 팍팍 꺾는 황홀한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당연히 남아있는 기자들은 서로 말은 안했지만 “얼마나 무능하면 스카웃 제의도 없느냐?”라는 자조 섞인 탄식을 속으로 삭이고 있었다. 그렇다고 지금의 코스닥 폭락과 ‘닷컴’ 위기론으로 위안을 받는 것은 결코 아니다.

지금 정보통신부 기자실의 분위기는? 지난 연말의 뜨거운 분위기는 아니지만 우리끼리 농담 삼아 부르는 이른바 ‘벽파’와 ‘비벽파’가 나뉘어 있다. ‘벽파’-다소 엽기적인 용어이긴 하지만 여전히 벽만 바라본 채 무지하게 ‘공부’를 열심히 하면서 다른 기자들을 긴장시키는 기자들을 말한다. (참고로 정보통신부 기자들의 부스는 모두 벽을 향해있다.) ‘비벽파’-벽파가 아닌 기자들에 대해서는 더이상 설명이 필요 없겠다.

비벽파인 나로서는 사실 1진 기자실의 분위기가 조금 더 헐렁해지면 어떨까 하는 바람이 있기도 하다. 과거 다른 기자실에서는 점심시간이면 취재원들과 함께 소주폭탄도 가끔씩 돌리면서 불콰한 기분으로 기사를 쓰거나 손을 맞추는 재미도 있었는데 정보통신부 기자실은 완전히 1시면 점심시간이 끝나버리기 때문에 처음 와서는 적응(?)에 애를 먹기도 했다.

그래도 정보통신부 기자실은 상당히 분위기가 좋다. 정보통신부 기자실이분위기가좋다는 것은 기자들이 상당히 중심을 잘 잡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나라의 ‘통신판’-다섯개의 이동통신사들과 초고속 통신망 사업체들, 여기에 크고 작은 ‘닷컴’ 기업에 이르기까지-경쟁은 정치판을 제외하고 다른 곳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그야말로 생사를 건 진검(眞儉)승부다. 당연히 온갖 루머와 마타도어가 난무하고 가지들도 아차 잘못하면 여기에 잘못 휩쓸려 들어가기 십상이다. 더구나 현재는 최대 이권사업이라고 할 수 있는 IMT-2000 사업권까지 가세해 통신업계들의 진검승부는 갈수록 치열해 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와중에 정보통신부 기자실의 기자들은 단 한 명의 예외 없이 정말 어떤 기사가 올바른 방향의 통신정책으로 나가는 길인지, 또 국익에 도움이 되는 길인지를 생각하는 기자들이다. 만일 과거처럼 이른바 ‘YS장학생’이니 누구 장학생이니 하는 업체들의 기자들 줄 세우기가 있었다면 지금처럼 정보통신부 기자실이 부드럽고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만들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과거 이 부처를 출입했고 필자와 같은 회사에 다니는 어떤 기자가 한 회식자리에서 정보통신부는 ‘정(情)이 통(通)하는 기자실’이라는 구호와 함께 폭탄주를 들이키다가 감격한 동료기자들로부터 무수한 폭탄세례를 받고 장렬히 전사했다는 전설이 있다. 바쁘지만 서로의 안부를 챙겨주는 기자실, 서로 물을 먹이지만 헐뜯지 않는 기자실, 진정 정이 통하는 기자실이 바로 정보통신부 기자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