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사 상무직과 대학교 기획관리처장을 겸임하던 한 인사의 교육기자재 횡령 의혹이 제기됐음에도 언론이 이를 보도하지 않자 시민단체의 비판이 잇달아 제기되고 있다.
횡령 의혹은 전주MBC 보도로 처음 알려졌다. 전주MBC는 지난달 28일 정인대측이 교육부 지원금으로 구입한 교육용 컴퓨터 수십대가 사라졌고 대학 공사비가 과다 집행됐다는 의혹을 제기하는 등 관련 기사를 10여일 째 10여차례 보도했다. 반면 연합뉴스를 제외한 대부분의 이 지역 언론사는 이를 기사화하지 않았다.
횡령 의혹을 받고 있는 이 인사는 99년 전북일보 상무이사로 취임한 이래 정인대 기획관리처장을 겸임했으며 9일자로 전북일보에서 의원면직 처리됐다.
또 99년 8월 현재 전북일보 지분 56%를 가지고 있는 대주주이자 정인대 재단이사장을 역임해온 서정상 회장은 12일자 전북일보에 실린 광고를 통해 이사장직에서 물러났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전북일보의 한 관계자는 “정인대는 별도 재단으로 이번 일은 전북일보와 무관한 사건”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전주MBC의 한 기자는 “전북일보측에서 이 지역 신문사, 방송사를 방문해 보도 자제를 요청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우리 회사에도 보도를 앞둔 지난달 26일경 고위간부가 찾아왔었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검찰의 수사 착수와 언론 보도를 촉구하는 시민언론단체들의 성명도 잇따르고 있다. 11일 전북시민운동연합이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진 데 이어 12일 전북민주언론시민연합(전북민언련)과 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전북시민연대)는 성명을 통해 “지역언론의 ‘침묵의 카르텔’을 규탄한다”고 밝혔다.
전북민언련과 전북시민연대는 “정인대 사건은 왜곡된 사학재단의 소유구조에서 발생한 문제임과 동시에 도내 특정 언론사의 사주가 재단 이사장으로 있는 대학에서 발생한 사건”이라며 “여타 언론이 침묵을 지키는 것은 1인 소유 지배구조의 한계와 언론사 간 침묵의 고리가 존재함을 확인시켜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