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하다 못해 이젠 식상한 언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니, 숫제 ‘사어(死語)’가 돼 가고 있는 현실이 아닌가….
그러나 단정하지는 마시라. 죽어가는 그 불씨가 대한매일에서 타오르고 있다.
노사공동으로 회사발전연구위원회를 구성, 대한매일의 청사진을 지난달 내놓았다. 오는 17일엔 연합뉴스와 함께 ‘정부소유 언론사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토론회도 연다. 18일엔 소유구조개편에 대한 노사합의문을 체결, 대한매일의 대변신을 위한 장도에 본격적으로 나서게 된다.
대한매일의 개혁을 위한 지난 여정을 돌이켜보면 많은 위기와 좌절이 함께 했다. 정권의 입맛에 따른 경영진의 낙하산 인사, 뒤이은 대대적인 사내 줄서기 작업과 이 과정에서 살아남기 위한 처절한 로비와 저항, 이런 상황에서 삭막해진 조직의 분위기, 권부의 입김에 흔들리는 지면, 이로 인한 기자들의 좌절, 멀어지는 독자….
이런 어려움 속에서 꿋꿋하게 조직을 지켜온 힘이 있다면 바로 언젠가는 우리 힘으로 이 모든 것을 과거로 묻어 버릴 때가 오리라는 기대와 그런 목표를 향한, 빠르진 않지만 꾸준한 발걸음이었다.
96년에 조심스럽게 시작한 대한매일의 위상 재정립을 위한 발걸음은 5년간의 수고와 노력의 결과로 정부소유구조의 한계를 극복하는 진정한 독립언론이라는 방향을 잡게 됐다. 이처럼 보기에 단순한 결과가 우리에게는 어려웠다. 독립언론으로 위상재정립을 위한 방법을 찾다보니 무늬만 독립할 수 있는 편리하고 폼나는 방법이 너무도 많았고 어려움에 봉착했을 때는 그런 방법을 잡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그러나 정부소유 언론이라는 기형적인 구조를 겪어온 조직으로서, 이런 구조에서 오는 한계에서 몸부림쳐온 독립언론이라는 상은 막연하게 교과서적으로 생각하는 독립언론의 상이 아니었다. 바로 현실과 생존의 문제가 결부된 여망이었다. 때문에 우리가 마련한 개혁을 위한 청사진에는 감당하기 어려운 내부개혁을 요구하는 안이 많이 포함되어 있는 것이고 노동조합은 이것을 조합원에게 감당해내기를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이제 바꿀 수 있는 것은 모두 바꾸겠다는 각오를 세우고 있다. 국민의 정부는 개혁의 깃발을 정권 출범과 동시에 높이 올렸고 아직도 많은 사람이 그 깃발에 희망을 갖고 있다. 이제는 소유주인 정부의 결심이 진정필요한때이다.언론개혁에 나서려면 정부는 먼저 제몸에 칼을 대고 수술을 단행해야 한다.
개혁이 필요한 마지막 분야가 언론이라는 말을 많이 한다. 부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구체적 개혁의 상을 말하고자 하면 모든 사람들이 입을 닫는다. 우리의 개혁에 대하여 이제는 입을 열어야 한다. 대한매일과 연합뉴스의 위상재정립은 이런 개혁의 시발점이 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