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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기·자·실·은] 통일부

보안 이유로 드러나지 않는 팩트 '속앓이', 남북관계 급진전...출입기자 3배나 늘어

김호성  2000.11.19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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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성 YTN 통일외교팀 기자





“뭐? 영안실을 없애?”

통일부 기자실 내 유일한 휴식공간이라고 할 수 있는 영안실─언제부턴가 통일부 출입기자들은 소파 하나와 헬스용 의자가 달랑 하나있는 1.5평 남짓한 공간을 영안실이라고 부르고 있다─존폐문제가 마침내 공론화 됐다. 통일부 기자실의 현주소를 잘 드러내 주는 사례이다.

2000년 3월 9일 베를린 선언 이후 심상치 않은 긴장감이 감돌면서 마침내 6월 13일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됐다. 이후 남북관계는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장관급 회담과 적십자회담, 이산가족 교환방문, 김용순 특사의 추석연휴 방문 등 통일부 기자실은 유례없는 대목을 맞은 것이다.

이와 때맞춰 각 사별로 1명, 많아야 두명씩 나오던 통일부 기자실도 붐비기 시작했다. 연초만 해도 20명 남짓하던 출입기자들이 하루가 다르게 늘기 시작, 10월 현재 29개사 56명이 통일부 출입기자로 등록돼 있다.

기자실 내 부스는 한정돼 있고, 자연히 메뚜기 부대가 생길 수 밖에 없는 실정. 이리저리 빈 자리를 옮겨 다니는 신규 가입사와 주니어들을 보다못한 기자단이 마침내 영안실을 철거하고 그 자리에 부스를 추가하자는 의견을 낸 것이다.

영안실 철폐 절대 불가를 주장하는 의견이 없는 것은 아니었으나, 결론은 철폐 쪽으로 났다. 그나마 유일하게 잠시 토막잠이라도 잘 수 있는 곳마저 사라진 것이다.

연초만 하더라도 통일관련 기사 스크랩이 한두장에 불과했지만 정상회담 이후 최소한 20∼30쪽, 중요한 사안 발생 다음날 아침엔 아예 제본을 한 한두권 분량의 남북관련 기사가 기자실에 배포된다.

오전 출근과 동시에 하루 일정 챙겨 보고하랴, 브리핑 듣고 기사 작성하랴, 서울, 제주, 금강산, 평양 등 곳곳에서 치러지는 남북회담 취재하랴, 눈코 뜰 새없는 일정으로 봄 여름이 훌쩍 지나갔다.

대북취재의 특성상 통일부 기자실 출입기자 전원이 참가하기 어려운 취재현장엔 풀단을 구성해 운영하는데 이 또한 처음에는 논란이 많았다. 효율적인 풀 기사 작성을 위해 대북취재의 경험도 고려해야 하고, 그러자니 자연 통일부 출입연수를 감안하지 않을 수 없고, 이를 토대로 전담사와 비전담사를 구분해 운영하고 있다.

취재량의 폭주로 인한 과중한 업무부담은 통일부 기자실이 안고 있는 과제. 그 가운데 일의 양이 많다는 사실보다 기자들을 더욱 곤혹스럽게 만드는 것은,대북취재의특성과 보안을 이유로 속 시원하게 드러나지 않는 한정된 팩트와, 북한 현지 취재를 위한 최소한의 취재단 구성문제조차 해결되지 않는 한계성이다. 통일부 기자실은 정상회담 이후 끊임없이 당국을 상대로 효율적인 취재 풀단 구성을 위한 적정인원을 요구했지만 번번히 무산됐다.

엠바고와 오프 브리핑은 사실의 전달과 남북관계의 특수성이라는 간극 사이에서 통일부 기자실을 더욱 숨막히게 하는 요소이다. 더욱 답답한 것은 그나마 이같은 엠바고와 오프 브리핑조차 없는 경우가 허다한데, 북한 언론매체를 통해 남북관련 소식을 접할 때의 기자실 분위기는 정부 당국자들의 성토장으로 변하기도 한다. 비전향장기수 송환 문제를 놓고 해당자 명단을 정부가 감추기에만 급급했던 어느날 조선중앙TV를 통해 면면이 드러났을 때의 그 썰렁함이란….

사정이 이렇다. 통일부 기자실은 오늘도 통일로 가는 길목에서 언제 복병처럼 급습해올지 모를 사안으로 긴장의 연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