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의 기사는 대출 압력 의혹을 받고있는 박지원 전 장관과 관련한 검찰 수사 결과 보도. 중앙일보는 11일자 초판 31면 기사에서 ‘의혹 남긴 외압수사’라며 검찰 수사 결과에 ‘외압’의혹을 제기했다. 기사의 첫 문장은 “검찰 수사가 의문점을 완전히 풀지 못한 채 일단락 됐다”고 시작됐다. 기사 중간에는 ‘풀리지 않는 외압의혹’을 박스로 편집해 정리했다. “국감과 특검제로 진실을 규명하자”는 시민단체의 반응도 관련 박스기사로 다뤘다.
그러나 이 기사는 42판부터 ‘외압 수사’에 대한 얘기는 빠진 채 “(박지원 장관의)외압 흔적 못 찾아”로 제목이 바뀌었다. 기사 중간의 박스 편집과 시민단체 박스 기사도 빠졌다.
한 편집국 부장은 기사 제목이 바뀐 것에 대해 “5면의 관련 기사와 제목이 비슷해서 바꾼 것”이라고 설명했다.
검찰 수사 비판 기사의 ‘혼란’은 이틀 뒤 재연됐다. 중앙일보는 13일 초판 31면에서 대통령의 친조카와 친동생 보좌관이 “권력을 빙자해 납품 로비”한 사실을 보도했다. 기사는 “친조카도 청탁하는 자리에 있었으나 검찰이 조사조차 하지 않아 축소 수사 의혹이 일고있다”고 밝혔다. 30면 관련 박스에서는 ‘대통령의 친조카가 동행(한 것이) 간접 압력 행사용’이었는지에 대한 의문을 상세히 다뤘다. 그러나 이 박스 기사는 시내판 기사에서 ‘감기 예방’과 관련한 박스물로 대체됐다. 31면 기사의 “포철 상대…DJ 조카 청탁 자리에 동석”이라는 중간 제목도 삭제됐다.
사흘 동안 두번이나 ‘외압’과 ‘축소‘의혹을 제기했던 초판이 시내판에서 ‘축소‘되자 기사와 관련한 ‘외압’의혹의 시선이 중앙일보로 되돌려 지고 있다.
최철주 편집국장은 노조와 편집국 간부들과 가진 자리에서 “다른 신문과 비교해 너무 앞서나갔다는 생각이 들어 기사를 줄였을 뿐 다른 외압은 없었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한 편집국 기자는 11일 기사와 관련해 “그동안 박 전 장관 관련 기사에서 우리가 너무 앞서 나가는 듯한 모습에 데스크가 부담을 느끼는 것 같았다”면서 “다른 신문에 비해 너무 세게 나간 것도 사실이고 검찰 쪽의 부탁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 기자는 이번 기사 교체에 대해 “그동안 청와대 항의도 있었고 경영진에 대해 다시 손을 봐주겠다는 풍문에 대한 부담감이절반이었다면권력층에 대한 간부들의 개인적인 호불호도 절반쯤의 요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