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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칼·럼] 노벨평화상과 달라이 라마

정인열  2000.11.19 20: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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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열 매일신문 스포츠레저부 기자





김대중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

머나먼 중국 티베트 오지를 떠나 50일만에 고국에 들어오면서 들은 그 소식은 정말 빅뉴스였고 축하할만한 것이었다. 그동안 우리가 그렇게 목말라 하던 한국인의 노벨상 수상인데다 그 주인공이 바로 ‘고통과 시련’의 일생을 살아온 김대중 대통령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의 기쁨은 또 다른 소식에 의해 적잖은 실망감으로 변했다. 김 대통령의 노벨 평화상 수상 소식에 이어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노력했던 달라이 라마의 방한이 무산됐다는 이야기가 들렸기 때문이다.

달라이 라마는 인도 북부 다람살라에서 티베트 망명정부를 이끌며 지난 89년 노벨 평화상을 수상하여 전세계에 티베트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킨 인물. 그는 김 대통령이 과거 외국에서 한국의 민주화를 위해서 그렇게 애를 태웠듯 지금도 외국을 돌며 조국 티베트의 독립을 위해 외로운 투쟁을 벌이는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다.

그동안 국내에서는 불교계 등 여러 분야의 대표들이 공동으로 방한을 추진해 왔고 우리 정부에서도 중국 정부의 직간접적인 압력에도 불구하고 달라이 라마의 방한을 아시아·유럽 정상회의(ASEM) 후 허용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김 대통령은 최근 달라이 라마의 방한과 관련 “정부에서 신중히 검토 중”이라는 말로 명확한 입장 표명을 유보했다. 이같은 김 대통령의 입장유보는 중국과의 외교마찰 등을 고려한 정치적 행위로 판단되지만 티베트 방문시 보고 겪은 티베트 인들의 고통을 고려하면 유감이지 않을 수 없다.

지금 티베트인들은 달라이 라마의 사진조차 마음대로 내걸 수 없을 만큼 혹독한 중국 당국의 통제하에 있다. 하지만 티베트에서는 달라이 라마의 보이지 않는 지배가 절대적이다. 다만 그를 마음놓고 신봉하지 못할 뿐이다.

과거 일본 제국주의가 한국을 침탈하고 통째로 나라를 삼켰을 때 우리 지도자들은 중국 상해 임시정부에서 조국독립을 위해 생애를 바쳤다. 동병상련이란 말처럼 중국통치로 고통받는 티베트 국민들의 정신적 지주이자 망명정부 지도자의 방한을 둘러싼 정부의 단호하고 명쾌한 조치가 있었으면 어떨까하는 생각이다.

당국의 탄압과 통제에도 달라이 라마의 사진을 몰래 간직하며 그의 이름을 기억하고 여건이 허락하면 수도 라사에 가서 포탈라 궁을바라보며망명 지도자의 무사함을 기원하는 주민들의 검게 탄 얼굴이 눈에 선하다. ‘강자의 눈치’를 살펴야 하는 ‘약자’의 슬픔은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