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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클·로·즈·업] 김근 연합사장

'정부입장 확인...우리 노력만 남았다', 모든 사원이 소유구조 논의 동참해야, 조직에 활력 주는 진취적 인사 추구

김 현  2000.11.19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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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오전 9시 30분 연합뉴스 사장실.

김근 사장은 이 날 오후 있을 취임식의 취임사를 정리하고 있었다. 몇 달전만 해도 김종철 사장이 앉아있던 자리, 불과 며칠 전만해도 노조원들의 농성장이었던 사장실에 앉아 있던 김 사장은 첫 소감에 대해 “담담하다”고 말했다. 사장실에서 이뤄진 이 두 번째 인터뷰에서 김근 사장은 한결 편안해진 모습이었다. 그러나 사장에 선임되고 나서 주총이 무산되었던 지난달 19일 첫 번째 인터뷰에서 김 사장은 ‘낙하산’ ‘내부인사’ 등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주총 의결 한 달여만에 사장실에 들어선 김 사장의 소회는 그 자신만이 알 수 있을 것이었다.

-어렵게 사장 취임을 하셨는데 소감을 말해달라.

“이번 일을 겪으면서 젊은 기자들의 열의와 진정성에 많은 감명을 받았다. 또 일부에서는 이번 싸움이 끝나고 나서 정리가 제대로 안된 듯한 허전함이 남았을 것으로 본다. 그러나 이제는 국적 통신사에 걸맞는 위상을 함께 세워가는 일만 남았다”

김 사장은 19일 취임사에서도 “처음에는 노조와 내가 대립하는 듯이 비쳤지만 실제로는 같은 편에 섰다는 것을 이제 알았을 것”이라며 “소유구조 논의에 전 사원이 동참하자”고 말했다.

이날 취임사의 주요 골자는 소유구조 개편과 함께 ▷재정 안정화를 위한 방안 모색 ▷북한 조선중앙통신사와의 제휴 ▷언론 개혁의 동참 ▷진취적인 인사 등이었다.

-진취적인 인사의 뜻이 무엇인가. 11월 중에 있을 정기인사의 방향은.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는 인사를 말한다. 안정도 필요하고 조직을 취합하는 일도 시급하다. 정기 인사는 업무 파악이 아직 덜 된 상황에서 뭐라 말하기 어렵다.”

김 사장은 처음 인터뷰에서도 인사에 대해 “신망을 받는 사람이 다를 수도 있겠지만 기자 사회는 능력이 여실히 드러나는 사회다. 내부 논의와 지적에 따라서 인사를 한다면 큰 실수는 없으리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번 연합 사태에서 얻은 소득은 무엇이라 보는가.

“정부와 대주주의 입장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이제는 우리의 노력만 남았으며 이는 노조의 승리이기도 하다.”

-김종철 사장 문제에 대한 처리가 합의안에 포함됐다. 어떻게 해결해 나갈 계획인지.

“전임 김 사장에 대한 부분은 외부에서 언급이 되지 않더라도 내부적으로 어차피 나올 얘기였다. 노조의 요구에 따라 합의안에 넣게 됐다. 자꾸언급하는것은 좋아 보이지 않는다.”

첫 인터뷰에서도 김 사장은 김종철 전 사장과 자신의 처지를 견주면서 사장 제의를 받았던 소감을 피력했었다. 다음은 당시 인터뷰에서의 일문일답.

“사장 제의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김종철 사장이 있다가 물러난 자리여서 더욱 그랬다. 하지만 운명적인 것이라고 생각하고 받아들였다. 사장으로 가게 된다면 최선을 다하겠다.”

사장으로 취임하고 처음 해야 할 일도 노사 화합을 꼽았다.

“대화를 통해서 내부를 통합하겠다. 그 다음으로 연합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함께 토론하겠다.”

-통신을 잘 모르는 사장이라는 반발도 있는데.

“경영하는 사람은 큰 테두리와 방향을 잡아가면 된다. 통신은 기자에게 친숙한 매체이고 나는 통신이 언론으로서 가져야 할 역할과 구실에 대해 잘 알고 있다”

-친DJ 성향이라는 비판에 대한 생각은.

“지식인은 자기 위치점이 있다. 그 위치점에서 사물을 본다. 그럴 때 여도 될 수 있고 야도 될 수 있다. 나는 내가 왜 그 위치점에 있는가를 설명할 수 있다. 그런 입장을 가지고 시시비비를 가렸다. 지금의 여당은 야당보다 더 개혁적일 수 있다. 예전의 여야 관계와는 다르다. 지역문제는 쓰고 싶지 않은 문제이기도 하다. 근사하게 쓰면 근사하게 넘어갈 수도 있다. 하지만 지식인은 그렇게 해야 하고 기자는 그렇게 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썼다.”

-방북취재 과정에서 연합뉴스의 통신사 위상을 두고 논란이 있었는데.

“기자실에서 잘못하고 있는 것이다. 통신은 통신 나름의 독특한 위상을 가져야 한다. 신문과 방송 자신들을 위해서라도 그렇게 하면 안된다. 방북취재단에 끼지 못한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통신사가 기사 공급을 해야 한다.”

김근 사장이 생각하는 연합의 위상재정립은 ‘국적 통신사’로서의 제자리 찾기였다. 김근 사장은 당시 “연합뉴스의 소유구조 개편 문제는 국익과 연관지어 생각해야 한다”는 논리를 폈다.

“연합의 소유구조 재편은 국가이익에도 합치되는 일이다. 필요하다면 대통령을 만나서라도 국적 통신의 위상을 납득시키고 얘기해야 한다. 국회에서 상정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학계·언론계도 함께 관심을 갖도록 전직원이 함께 뛰어야 한다. 소유구조 개편은 그 인식의 토대위에서 이뤄져야 한다.”

소유 구조 개편안에 대한 생각도 그 연장선상에서 이뤄졌다.

“연합의소유구조개편과 열악한 재정구조를 타개하면서 권력으로부터 독립할 수 있는 장치가 동시에 마련돼야 한다. 통신은 어느 나라든 공영성을 가지고 있다. 모든 나라가 종합 통신이 하나다. 나라를 대표하는 통신, 즉 국적 통신인 것이다. 그에 맞는 위상을 갖춰야 한다.”

-대한매일의 우리사주 방식을 어떻게 생각하나.

“정부가 갖고있는 주식을 줘야 하는데 정부가 손해나는 부분이 있어서 어렵다. 진념 재경부 장관도 난색을 표한다고 들었다. 장단점이 있다. 민주적이고 큰 결집력을 불러오는 반면 잘못하면 내부가 분열할 수도 있고 상업성에 치중할 수도 있다. 연합의 경우도 돈을 버는 쪽으로 치중한다면 공적 기능을 잃을 수도 있다. 연합의 경우라면 더 생각해봐야 한다.”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방식이 있다면.

“민영화는 안된다고 본다. 공영적 성격을 가져야 한다. 통언회법과 AFP방식 어느 쪽도 할 수 있다고 본다. 통언회 방식을 택할 때도 AFP 방식에 대한 미련이 많았다. 정부에 뉴스 공급을 해준다는 것도 독립성만 보장받을 수 있다면 매력이 있는 방식이다.”

얘기는 정부의 노력을 촉구하는 방향으로 이어졌다.

“정부도 통신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정보가 권력이고 돈이고 힘이다. 정보의 중요성을 안다면 정보 시장내에서 외국통신사로부터 우리 정보를 지키는 역할도 해야한다. 정보 인프라를 구축하는데 통신의 역할이 중요하다.”

김근 사장은 두 번의 인터뷰 내내 “소유구조 개편을 위해서는 정부 뿐 아니라 학계와 언론계가 관심과 인식의 토대를 함께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김 사장은 연합 내부는 물론이고 정부와 대주주, 언론계 안팎에서까지 취임에 시선을 모으며 연합뉴스에 들어섰다.

이제 연합뉴스의 제자리를 함께 찾아가는 노사의 노력이 남았다. 통폐합 이후 20년 동안 한번도 끝을 본 적이 없는 위상 재정립 논의는 이제 김근 사장으로부터 다시 시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