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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동원 매일경제 논설위원

'글로 승부하는 프로근성에 매력 느꼈죠', 16년 교수생활 청산...´기자 시장´ 진출 10개월째

김 현  2000.11.19 20: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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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년 교수 생활에 사표를 던지고 경제 논객 열 달째를 맞는 김동원 매일경제 논설위원.

그는 작년 이 맘 때만해도 기업체를 다니면서 시장과 기술 변혁을 강연하던 대학교수였다.

“내가 시장에 가지않으면 시장이 밀고 들어옵니다. 시장에 가십시오. 팔자를 바꾸려면 지금 바꾸십시오.”

그러던 그가 전직을 생각하게 된 건 스스로의 ‘교수 팔자’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하면서부터다.

“생각해보니 남의 팔자만 걱정할 일은 아니더군요. 나도 시장에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가 선택한 시장은 언론계. 시장에서 자신의 상품성을 평가받고 싶었단다. 경제신문에 110번의 사설을 쓴 경력에 은근한 ‘자신감’이 없었던 것도 아니었지만 무엇보다 자신의 이름 석 자가 박힌 ‘글’로 승부하는 프로근성이 마음에 들었다.

“와보니 정말 다르더군요. 오후 4시 반이 되면 누구에게 말 걸기가 무섭더군요. 집에 앉아서 써 보냈던 사설과는 비교도 안되는 ‘긴장감’이 있어요.”

그가 처음 ‘이 바닥’에 왔을 때 이해할 수 없었던 점 두 가지.

“교수에게 감히 폭탄주를 주더군요. 학교에선 안 마시면 그만인데 또 그렇지가 않잖아요. 다들 왜 그렇게 술을 마시는지 모르겠더군요”

그는 이제 이해할 수 있다고 한다. 두주불사하는 기자들의 심정을. 그러나 그 이해심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그들에 대한 ‘경외감’에서 비롯됐다.

“아니 어떻게 하루짜리 상품을 매일 쉬지않고 만들 수 있는지 아직도 모르겠어요. 대학 논문은 올해 안되면 내년에 쓸 수 있잖아요. 내용이 부실하면 다른 교수들은 그런가보다 하고 넘어가기도 하고. 그런데 기사는 즉각 반향이 와요. 그걸 또 단숨에 판단해서 써내야 하죠. 대학교수가 마라토너라면 기자들은 100m 단거리 선수들이죠. 매일매일 전력 질주하며 몇 년, 몇 십년을 살아온 사람들,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단숨에’ 판단해야 하는 위험 부담에 대한 따끔한 충고도 잊지 않는다.

“기자가 그 짧은 시간에 거시경제 구조 속에 현상을 검증해서 기사를 내보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기사 생산 시간을 줄일 수 없으면 오히려 가치판단보다 정보 제공을 지향하는 것도 한 방법이지요. 비약이 담긴 경제 기사는 그 자체가 ‘독’입니다”

사실 이 인터뷰는 별다른 질문이 필요없는 자리였다. 앉자마자 기사에 필요한 대답을 순서대로 해준다.“요즘어떻게 지내냐”는 ‘단순 무식’한 질문을 던지면 세미나 가서 ‘놀아주기도’하고 방송 나가서 ‘푼수 짓’도 하고 가끔 학계에서 ‘건달 노릇’도 한다는 ‘단순 과격’한 답변이 되돌아온다.

한 편집국 기자는 “교수의 나쁜 점은 다 버리고 온 것 같다”고 그를 평한다. 그러나 미처 버리고 오지 못한 한 가지가 있었다. 요즘에도 계속 공부를 하느냐는 질문에 너무 간단히 되돌아온 그의 대답은 “아프지 않는 한”이었다. 잠깐 머뭇거리는 사이에 추가 답변이 들어왔다. “그걸로 먹고 사니까”.

문제는 다시 ‘프로근성’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