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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를·켜·며] ´결연한´ 의지

서정은  2000.11.19 20: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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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사태가 심상찮다. 방송법 파업으로 실형을 받았던 현상윤 노조위원장과 김수태 부위원장을 사측이 지난 20일 돌연 직권면직하자 노조는 “해고를 빌미로 노조의 버르장머리를 고치려는 것이냐”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지난 8월 14일 이들을 직권면직했던 경영진은 노조의 재심청구를 받고 그동안 몇차례 입장을 유보해 왔다.

현 위원장 등이 이미 8·15 특사때 사면복권된 바 있고 무엇보다 방송계의 오랜 숙원이던 방송법 제정을 주도하다 실형을 받았다는 점에서 “복직이 당연하다”는 안팎의 여론을 거스르기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하지만 회사는 강수를 선택했다.

현 위원장을 해고한데 이어 박권상 사장의 출퇴근을 방해하며 항의시위를 벌인 노조 집행부와 시도지부장들도 고발하거나 징계할 방침이다.

회사는 지난 19·20일 주보를 통해 “올바른 노사문화를 정착하기 위해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굴복하거나 타협하지 않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천명했다.

이어 전국 26개 총국장을 불러모아 ‘발전적 노사관계 정립방안 워크숍’을 연다고 한다.

‘대화’와 ‘토론’ 대신 일방의 원칙과 인사권으로 자행된 해고와 무더기 징계 통보가 과연 발전적인 노사관계 정착을 가져올 수 있을 것인지 묻고 싶다.

경영진이 천명한 결연한 의지란 결국 노조에게 굴복하거나 타협하지 않겠다는 권위의식은 아닌지 우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