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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노조 집행부 구성 난산

김 현  2000.11.19 20:3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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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사 노조에 대한 조합원들의 관심과 참여도가 낮아지면서 집행위원회 간부 선임조차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위원장 임기가 9월말로 끝난 한겨레 노조는 9월 20일과 27일 두 차례에 걸쳐 후보 등록을 받았으나 아무도 나서는 사람이 없었다. 비상대책위를 구성한 끝에 후보를 뽑은 한겨레는 지난 23일에야 김보근 기자를 위원장으로 선출했다.

중앙일보 노조도 9월 21일 임기가 끝난 사무국장의 후임을 구하는데 애를 먹었다. 기수 별로 노조 간부를 맡고 있는 중앙은 해당 기수가 수 차례 기수 회의를 가졌으나 결국 보름 여의 공백을 가진 끝에 지난 5일 강찬호 기자를 사무국장으로 임명했다. 강 사무국장은 “나서는 사람이 없어 동기 6명 중 전임 노조 간부와 전문기자를 제외한 4명의 취재기자가 사다리를 탔다”고 말했다.

이같은 진통을 겪은 중앙 노조는 31일 임기가 끝나는 위원장의 후임자 선정에 대비해 노조 규약을 고치기도 했다. 노조원의 징계 사유를 개정하면서 조합 임원 선출 과정을 저해하는 조합원을 징계할 수 있도록 ‘엄포용’ 조항을 만든 것이다. 뚜렷한 이유 없이 고사할 경우 집행위원회가 유·무기 자격정지 또는 제명까지도 할 수 있게 했다.

지난 8월 중순경 출범한 매일경제 노조는 노조위원장의 공백을 한달 넘게 가졌다. 매경노조는 새 사옥 입주 전에 임금 협상을 끝내려는 사측으로부터 “빨리 노조를 꾸려 달라”는 독촉을 받기도 했다.

조합원의 무관심은 휴면 노조로까지 이어진다. 휴면 노조는 1년 동안 조합원 총회가 안 열리거나 조합비 납부가 안 된 경우. 현재 언론노련에 ‘사고 지부’로 신고되어 있는 노조는 세계일보와 전자신문이다.

97년 7월 회사 앞 커피숍을 임시 사무실로 쓰면서 어렵게 노조를 꾸린 세계일보는 결국 ‘세계 사태’ 과정에서 대기발령이었던 위원장의 복직 수용, 사무국장의 지방 주재 발령 등을 겪으면서 이듬해 8월 문을 닫았다. 97년 말 전자신문 노조가 문을 닫은 이유는 노조의 단체 교섭안이 조합원 총회에서 부결됐기 때문이다. 전자 노조는 당시 집행부가 “더 이상 교섭을 이끌 수 없다”며 물러난 뒤로 비대위 구성 한번 없이 지금껏 휴면 상태에 머물러 있다. 전자신문의 한 기자는 당시 상황에 대해 “노조 간부가 되면 희생양이 될 게 뻔한데 서로 미안해서 말을 꺼내지 못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전자신문은 노조가 문을 닫은 이듬해 30%의임금삭감을 겪어야 했다.

노조 간부가 ‘희생양’이라는 인식은 임기 동안 ‘잘해야 기본’이라는 생각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임기를 마친 노조 간부에 대한 사측의 불합리한 인사도 아직 일부 언론사에 남아있다.

노조위원장을 역임했던 14년 차의 한 기자는 부장으로 승진하는 동기들을 차장으로 남아 지켜봐야 했다. 그나마 ‘희생양’이라는 동정론은 노조 활동에 대한 관심이 있을때 얘기다.

한 신문사 노조위원장은 무관심의 이유로 개인주의적 성향과 시대 흐름의 변화, 바쁜 업무에 치여 월급쟁이로 전락한 기자들의 현실을 꼽았다. IMF 이후 분사를 겪으면서 노조가 나뉘고 편집국 중에서도 차장, 혹은 차장대우까지 노조 가입자격을 제한한 것도 또다른 요인으로 거론된다.

또다른 노조위원장은 “이제는 신문사 노조의 위기가 아니라 위상을 재정립해야 할 때”라며 “노사가 대립적 관계가 아닌 함께 가는 유럽식 모델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