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한국일보 법조팀은 속칭 미아리 텍사스촌을 관할하는 서울 종암경찰서 소속 경찰관 수십명이 윤락업주들로부터 수년동안 정기적으로 뇌물을 받아왔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은밀히 수사 진행 여부를 검찰에 문의했고, 서울지검 소년부에서 극비리에 내사중인 사실을 확인했다.
당시는 경찰이 한창 매춘과의 전쟁을 선포, 집중적으로 단속을 벌이던 시점이었다. 앞에서는 윤락업주를 내몰면서 뒤로는 검은 돈을 챙기는 기막힌 모순을 묵과할 수 없었다.
확실한 증거를 확보하기까지 2개월여가 더 걸렸고 마침내 5월 25일 한 윤락업주의 뇌물 상납장부를 단독으로 입수, 기사화를 결정했다.
5월 26일자 본지 1면과 사회면에 ‘종암서 경찰관 50여명 집단 수뢰’ 제하의 기사가 나가자 모든 일간지와 방송사는 신속히 이 사건을 사회면 주요기사로 취급했다.
첫 보도가 나간 뒤 그동안 일부 비리 경찰관에 시달리던 다른 업주들의 제보도 줄을 이었다. 힘을 얻은 법조팀은 이후 4개월동안 검찰수사 및 재판과정을 추적, 9월 19일자에 ‘미아리 텍사스 업주들, 경찰에 연 2∼3억 상납’ 제하의 기사를 단독 보도했다. 또 20일에도 ‘서울경찰청에도 정기 상납’ 기사를 잇따라 보도하자, 서울경찰청은 결국 출입기자단에게 수사기간 동안 엠바고를 정식으로 요청했다.
9월 25일 수사결과가 발표되자 대부분의 일간지들이 경찰의 수사결과 발표라는 형식으로 본지의 19∼20일자 보도내용을 26일자 사회면 톱기사 등으로 인용하기에 이르렀다. 6개월간의 취재가 마무리되는 순간이었다.
보도의 파장은 예상을 넘어서는 것이었다. 종암서 전·현직 경찰관 36명이 사법처리됐고 서울시내 유흥·윤락업소가 집중된 서울 7개 경찰서의 소년계, 방범지도계, 파출소 및 서울경찰청 소년계 직원 전원에 대한 대폭적인 물갈이 인사가 단행됐다. 한 개 경찰서에 대한 사법처리 규모로는 사상 최대였다.
그러나 우리가 보다 의미를 두고싶은 점은 일부 비리 경찰관에 대한 단죄로 끝났을지도 모를 사건을 경찰 개혁을 위한 단초로 끌어올렸다는 것이다.
그동안 소문으로만 떠돌았던 경찰과 윤락업주와의 조직적인 유착관계가 현실로 드러나면서 경찰 고위 간부들이 수차례 강조해온 경찰 개혁 주장이 얼마나 허구에 찬 것인지 드러났기 때문이다.
경찰 개혁은 구호성 전시행정이 아니라 스스로 뼈를깎는자정노력이 있을 때만 가능하다는 것을 절실히 깨닫게 해준 사건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