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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주주비판´ 어떻게 제기됐나

회장 자리바꿈 거듭...부채만 늘어, 책임경영.투명성 제고, 내부 지적도

김상철  2000.11.19 21: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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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우 전 파리총국장의 ‘사표 파문’과 관련 한국일보의 한 기자는 이렇게 말했다.

“주주들의 문제를 비롯해 주장하는 내용에 대해서 고민하지 않은 기자들이 어디 있겠는가. 문제제기가 새로운 내용을 담고 있지도 않다. 차라리 현직에 있으면서 ‘고해성사’를 했다면 충분히 받아들이겠다.”

그렇다면 방식에 대한 비판 외에 그동안 내부에서 이루어졌던 ‘새로울 것 없는’ 문제제기의 내용은 무엇인가. 대부분 주주들의 경영책임, 투명경영 요구로 모아진다.

IMF 체제로 접어들기 한해 전인 96년 10월 몇몇 신문사에서 산발적인 명예퇴직이 이루어지고 있을 때 한국일보도 감원방침을 밝혔다. 편집국에서 시작된 명예퇴직 바람은 교열부, 전산제작부, 수송부, 발송부 인원 전원을 포함해 300여명을 정리 대상자로 선정했다. 결국 11월 130명이 최종 명예퇴직자로 결정됐고 이때부터 노조를 중심으로 “사측이 명확한 경영정상화 방안 없이 감원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명예퇴직 이후 97년 1월 주총에서 한국일보는 장재국 회장에서 장재구 회장 체제로 바뀌었다. 일각에서는 장재국 전임회장이 단행한 일련의 지면·기구개편이 경영성과로 이어지지 않은데 대한 주주들 간의 문책성 조치라는 해석도 제기됐다.

그러나 회장 교체 이후에도 경영상황은 나아지지 않았고 IMF 직후인 97년 12월 경영진은 노조에 감원과 감봉을 택일하라고 통보했다. 노조는 “과도한 은행차입과 방만한 경영, 허술한 자금관리 등 총체적 부실경영이 위기의 본질”이라며 “주주와 경영진부터 자기희생과 기득권 포기를 보여줘야 한다”고 반발했다. 논란이 거듭되는 가운데 주주들이 내민 카드는 언론사 최초의 전문경영인 체제 도입이었다.

한국일보는 98년 1월 주총에서 주주 전원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나는 한편 박병윤 서울경제 부사장을 한국일보 사장 겸 발행인으로 선임했다. 주주들은 주총 직후 “오너경영의 관행을 깨고 책임경영과 경영의 투명성 제고를 기하고 언론 본래의 사명을 다하고자 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주주들을 둘러싼 의혹들이 계속 제기됐다.

노조는 한국일보가 94년 광릉골프장 건설에 참여한 이래 골프장 지분 일부가 내부거래를 통해 주주 2명에게 변칙 양도됐다고 폭로했다. 이어 주주 10여명이 한국일보에서 차입한 126억5000여만원에 이르는가지급금과광릉레저개발에 가지고 있는 185억원의 채권을 비롯, 11개 자회사에 대한 256억원 상당의 채권 역시 회수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체불임금이 30억원에 이르던 때였다.

노조는 전문경영인 선임 이후 “장재국 전 회장을 주축으로 한 일부 주주들과 현 경영진 간의 갈등이 경영권 싸움으로 비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하며 “경영상의 문제점과 소유·경영을 둘러싼 주주간의 갈등이 정리되지 않는 한 어떤 대책도 미봉책에 그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주주들은 전문경영인 체제 선언 8개월만에 경영일선에 복귀했다.

한국일보는 98년 10월 주총에서 다시 장재국 전 회장을 회장에, 장재근 회장직대를 부회장에 임명했다. 고 장강재 회장의 장남 장중호 이사가 처음 선임된 것도 이때였다.

한국일보는 아울러 서울경제, 일간스포츠 분리를 선언했다. 한국일보는 서울경제와 일간스포츠를 장재구 전 회장에게 양도키로 하고 자산평가와 실사가 끝나는 대로 11월 1일 경영권을 인계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분리 역시 주주 간 논란을 거듭하다 발표 2년여만인 올 10월에야 결국 서울경제가 분리됐다.

‘전문경영인’ 박병윤 사장이 물러난 것은 3개월 후였다. 지난해 1월 한국일보는 다시 주총을 열어 장재국 회장을 발행인으로 선임했고 박병윤 사장은 고문으로 물러났다. 하지만 장재국 회장은 같은해 7월 해외도박 의혹이 제기돼 이른바 ‘장존 논란’에 휩싸였다. 뒤에 검찰에서 무혐의 판정을 내렸으나 당시 언론윤리 문제가 뜨거운 현안으로 제기되는 과정에서 장 회장은 적잖은 논란에 휩싸였다.

이처럼 96~99년 한국일보 경영진은 전문경영인 체제 도입을 전후로 주주간의 자리바꿈을 거듭했다. 10월 1일자로 서울경제가 분리되면서 장재구 회장, 장재민 이사가 주주로 참여, 일단 ‘주주간 분리’도 이룬 셈이다.

다른 한편 한국일보는 같은 기간 계속 적자를 기록했고 부채 역시 97년 4001억원에서 99년 5590억원까지 늘어났다. 한국일보는 지난해 12월 채권단과 신사옥 부지 매각, 자매지 분리 등의 자구안을 제출한 끝에 올 6월까지 600억원, 연내 1800억원 상환을 전제로 채무유예 연장 승인을 받아냈고 현재까지 1300억원을 상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