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소·개·합·니·다] 윤영찬 동아일보 정치부 기자

´마음의 온기´ 넘치는 편안한 기자, 선후배-동료간 가교 역할 도맡아

오태규  2000.11.19 21:15:55

기사프린트

오태규 한겨레 국제부 기자





민주당을 출입하는 동아일보 윤영찬 기자는 ‘꺼벙이’다. 항상 부시시해 보이는 겉모습뿐 아니라 마음도 허술해 보인다. 뭔가 까탈스럽고 냉랭할 것이라는 일반적인 기자상과는 딴판이다. 그는 한마디로 ‘마음의 온기’가 있는 기자다.

따라서 그의 주위에는 항상 사람이 꼬인다. 후배도 선배도 그 앞에서는 편안함을 느끼기 때문일 것이다. 그는 그래서 항상 상호간의 관계가 소원해지기 쉬운 기자사회에서 선후배 기자들간, 또는 동료들간에 마음을 이어주는 다리 노릇을 하는 경우가 많다.

취재원들 사이에서도 그의 이런 성품은 진가를 발휘한다. 정치판이란 곳이 자신들 편을 안들어주면 “저 기자는 누구편, 저 기자는 누구계”하면서 편을 가르고 경원시하는 험한 마당이지만, 그에겐 그런 딱지가 붙어 있지 않다. 원로든 386이든, 진보성향이든 보수성향이든 어떤 정치인도 그를 멀리하지 않는다.

이런 모습이 물론 마냥 사람좋은 데서만 나오는 것은 아니다. 그의 기사가 공정성을 인정받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의 공정성은 조그만 사실 확인을 위해서라면 거리와 시간을 가리지 않는 집요함에서 나온 것이기도 하다.

그가 95년 박계동 의원의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 폭로사건을 특종취재해 기자협회의 한국기자상을 탄 것도 이런 노력의 소산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내가 윤 기자를 정말 좋아하는 것은 그가 항상 고민하는 기자라는 점이다. 한국의 기자는 아직도 항상 양심에 따라서, 정의감에 따라서만 기사를 쓸 수 없는 경우가 많다. 기자의 양심에 따라 기사를 쓰기에는 아직도 회사의 안팎에 많은 장애물이 도사리고 있는 게 엄연한 현실이다.

어쩌다 신문에 난 그의 기사를 보고 “어 윤 기자가 이런 기사를 쓸 사람이 아닌데…”라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그러나 그때마다 그를 만나면 어김없이 한밤의 고통과 번민이 담긴 술자국을 온 몸에서 발견하게 된다. 그가 항상 정의와 기사 사이에서 갈등하고 있다는 표시인 것이다. 그가 일분일초를 함부로 낭비하기 어려운 정당기자를 하면서도 노조 부위원장직을 기꺼이 맡아 하고 있는 것도 그의 이런 정의감과 양심의 발로 때문일 것이다.

기자생활 10년 고비를 넘어 중견기자의 길로 가고 있는 그에게서 앞으로도 항상 사람냄새가 물씬 풍겨나는 기사를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