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호프집 화재사고가 일어난 지 채 1년도 안돼 발생한 경기도 성남시 성남동 유흥주점 ‘아마존’ 화재는 우리사회에 만연한 안전불감증을 또한번 드러낸 사건이었다.
60여평 규모의 지하 주점이 완전히 소실되고 여종업원 6명과 남자 손님 1명의 목숨을 앗아간 참사 뒤에는 역시 부실한 소방대책과 당국의 지도 점검 태만이라는 사슬이 얽혀있었다.
지난 10월 18일 오후 10시쯤 현장에 도착한 취재팀은 사고 개요 및 사상자 현황 등을 바삐 챙긴 뒤 성남 구시가지 일대 유흥가 밀집지역에 대한 현장르포 기사를 작성키로 했다. 석간 특성상 조간과는 다른 내용의 기사를 준비해야 했기에 대부분의 조간이 다룰 ‘발생위주 기사’는 탈피해야만 했기 때문이다.
취재팀이 다음날 새벽까지 더듬어 나간 성남시 성남동과 중동 일대 유흥업소 밀집지역 업소들은 상당수가 대형참사에 무방비 상태로 방치돼 있었다. 아마존에서 불과 50m 거리에 위치한 업소들 중에는 지하통로부터 내부바닥, 벽에 이르기까지 온통 나무와 벽지, 플라스틱 등의 가연성 소재 일색인 곳이 많았다. 화를 당한 아마존 역시 FRP(섬유강화플라스틱)를 실내 장식 소재로 사용, 화재시 삽시간에 유독가스 발생을 부추긴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전국적으로 유명한 중원구 중동 일대는 30년 전부터 형성된 유흥·숙박업소들이 성업 중이며 이들 대부분에서도 화재경보기나 소화시설은 찾아 볼 수조차 없었다.
금방이라도 무너져 내릴 것만 같은 베니어판 천장에 얼기설기 전선이 엉켜 지나가는 호프집이 있었고 비상구로 설계된 뒷문 셔터가 굳게 닫힌 유흥주점도 있었다. 속칭 ‘텍사스’로 통하는 윤락가 역시 낡고 열악한 환경으로 소방대책과는 거리가 먼 실정이었다.
결국 ‘화재참사’는 이날 사고가 난 아마존 주점에만 그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아마존과 같이 화재경보 시설과 긴급 소화장비, 비상통로 등을 갖추지 않은 다중이용시설들은 우리 주변에 얼마든지 널려 있는 게 사실이다.
아마존 사고로 생명을 잃은 여종업원들 중에는 자식의 학비를 벌기 위해 유흥업소에 발을 들인 비참한 어머니도 있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지만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일이다.
대형사고 이후 부랴부랴 수습에 나서고 그럴듯한 대책을 발표하는 일은 이제 ‘구태’가 됐다.
건축규정과 소방법규를 무시하고관리감독을 소홀히 해 생긴 대형 참사현장. 우리 기자들은 언제까지 이런 후진국형 사건에 매달려 매번 반복되는 소식을 독자들에게 전해야 하는 건지, 참으로 답답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