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통한문제연구소에 미국인 수습기자가 나타났다. 그것도 북한 관련 기사를 쓰겠다고…. 72년생, 만 28살의 미국 청년 마이카 애들러(Micah Adler). 지난달 25일 통한문제연구소 기자로 발령났다.
‘애들러 기자’가 신고식을 한 것은 1일 조선일보 이메일클럽의 NK리포트를 통해서다. 반나절만에 이메일 30여통이 쇄도했다. NK리포트 사상 최고의 반향이었다.
자기소개를 간단히 요약하면, UCLA에서 소수민족사를 전공하던 중 ‘한국역사’ 수업에 감화 받아 95년 졸업 후 곧바로 연세대 대학원 정치학과에 입학했다. 올해 ‘주한미군 범죄에 대한 한국 비정부조직의 활동에 관한 연구’로 석사학위를 받았고 2학기부터 한국신학대에서 ‘미국 지역학’ 강의도 맡고 있다. 기사도 한글로 쓰고 대화에도 별 어려움을 느끼지 못할 만큼 ‘한국색’이 짙다.
“졸업하고 한국보건사회연구소에서 근무했는데 욕심만큼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어요. 마침 아는 선배한테서 조선일보 근무를 권유받았고 ‘한번 해보자’고 결심하게 됐죠.”
결국 뜻을 이뤘고 앞으로 북한, 통일 관련 웹사이트인 NKchosun.com
의 영문판 제작에 참여하며 지면에 기사도 선뵐 예정이다.
“경험이 별로 없어 고민되긴 해요. 하지만 미국 사회가 한국을 보는 시각과는 다른 기사를 쓰고 싶어요. 한국, 한국인의 장점을 알리고 싶고요.” 애들러 기자가 내보이고 싶어하는 부분은 미국과 한국 상호간의 의례적이지 않은 솔직한 인식, 그 실태다.
“미국인끼리 있으면 한국 비판을 너무 쉽게 하거든요. 한국도 마찬가지고. 그러면서 같이 있으면 다들 좋다고 해요. 하다못해 미국인들 다 김치 좋다고 하는데 과연 그럴까요? 저도 김치찌개는 좋아하지만 그냥 김치는 잘 못먹거든요.” 그렇다면 북한문제는 왜? 너무 당연한 일이라는 답변이다.
“북한 문제와 통일, 어차피 한국사회에 살면서 피할 수 없는 문제 아닌가요?” 그러면서 자기 경험을 얘기한 게 지난해 ‘서해교전’ 사건이다.
“그때 아버지가 전화 많이 했어요. 당장 돌아오라고. 정작 친구나 주위 사람들은 별거 아니라고 하더군요. 그러다가 길거리에서 TV를 봤는데 충돌하는 장면이 나오니까 누군가 ‘끝났다’ 하더라구요.” 한국사람들이 축구 보는 것과 비슷하다고 했다. 평소엔 무덤덤했다가 순식간에 달아오르고 반응도 격렬하다가 이내 사라지고 하는….
“미국의 인식도문제지만북한, 통일문제에 대한 한국사람들의 인식도 괴리감이 있다는 걸 깨달았죠.” 얘기는 통일 이후로 넘어갔다.
“제 관심분야는 소수민족 문제인데, 동질성이 회복되지 않은 채 통일되면 남북간에 괴리감이 비슷하게 나타날 것이라고 봐요. 개인적으론 좋은 연구 대상이 되겠지만 그전에 상호이해, 동질성 회복에 기여하는 기사들을 쓰고 싶습니다.”
요즘엔 출근하고 신문 보는 것을 시작으로 공부하는 게 일과라고 한다. 행여 탈북자를 만나는데 지명을 얘기할 때 모르면 어쩌냐고 하면서. 그러다가도 신문은 스포츠면을 먼저 본다고 히죽 웃는다. 여전히 기사에 대한 고민이 많아 보이지만 꽤나 당찬 의욕을 보였다.
“무엇을 어떻게 쓸 것인가가 중요하잖아요. 책임질 수 있는 기사를 쓰는 것도 중요하고. 주로 한국의 장점을 보고 알리는 데 노력할거예요. 비판은 너무 쉽잖아요. 쉬운 건 싫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