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년 11월 10일자부터 시작하는 축쇄본을 찬찬히 훑어보면 솔직히 재미있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이미 유명을 달리하신 분들의 중견 선배로서의 모습을 접하기도 하지만 오늘날 언론계 중견 인사들이 장발의 젊은 얼굴과 함께 ‘기자’라고 이름 박혀 나오는 지면을 보면 ‘풋’ 하는 웃음이 새나오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런 재미도 잠시, 한장한장 축쇄본을 넘기며 세월을 흘리다보면 이내 씁쓸함이 맴을 돈다.
60~70년대 언론과 권력을 향한 진중한 문제제기나 비판의 글을 올리던 그 기자들이 80~90년대 지면으로 옮겨오면 마치 변절의 산증인처럼 등장하는 경우를 쉽게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언론 관련 정부부처의 장이 되어 언론탄압의 실무자로 지목 받거나 외압에 대한 굴복, 지면 간섭, 윤리 문제 등으로 안팎의 비난을 받는 언론사 간부 혹은 경영진이 되어 있거나 하는 식이다.
사람이 ‘한 길’을 걷는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새삼 느끼게 된다. 아울러 겹쳐지는 것이 기록에 대한 무게감이다. ‘누군가 지켜본다는 것이 그래서 중요하구나’ 하는 깨달음을 그렇게 얻는다.
10일이면 기자협회보가 창간 36주년을 맞는다. 많은 언론계 인사들이 등장했고 그만큼 많은 것들을 지켜봐 왔을 것이다. 선배들이 그러했듯 ‘주시’와 ‘기록’의 책무를 다시 생각하면서 맘을 다잡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