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출입기자가 되면 이런 낯선 용어부터 친숙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만 취재원인 ‘증권맨’과의 접촉이 손쉬워진다.
증권거래소 기자실은 주식시장을 취재하는 기자들의 전시 사령부(Headquaters)다. 대부분 증권부(경제부) 차장이나 수석 기자급 고참들이 팀장이 돼 후배 기자들을 지휘하고 있다. 이웃한 한국증권업협회 기자실과 투신사 및 증권사 등에 퍼져있는 ‘새끼’ 기자들을 ‘수하’에 두고서.
거래소에도 각 사마다 팀장 외에 2∼3명이 더 출입하고 있다. 현재 기자실에 등록돼 있는 기자들은 107명에 달한다. 기자실에 마련된 부스가 60개에 달하며 상주 기자 수만도 50∼60명에 이른다. 출입기자수로만 볼 때 국회나 법조, 서울시청, 금감원 등과 함께 ‘5대 기자실’로 불릴 만하다.
기자실 한켠에 인터넷매체를 위한 ‘인터넷 기자실’이 따로 있는 것도 다른 기자실에선 찾아볼 수 없는 모습이다. 이처럼 기자실이 매머드급으로 커진 것은 코스닥시장이 급성장한 지난해부터다. 지금은 코스닥시장이 폭삭 주저앉았으나 당시엔 주식열기가 이만저만하지 않았다. 자연스레 주식관련 뉴스 수요가 늘 수밖에 없었다. 언론사로선 부랴부랴 증권면을 늘리고, 증권 기자를 충원할 수밖에.
증권거래소 기자실은 한국판 ‘맨해턴’이라 불리는 여의도 한복판 한국증권거래소 신관 16층에 위치해 있다. 아마 전국 기자실 중 가장 높은 곳에 솟아있을 게다. 때문에 창문 너머 발치에서 흘러가는 한강을 바라보며 기사 구상을 하는 동료들의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거래소 출입기자들은 증권과 선물·옵션, 채권 등을 취재대상으로 한다. 이들 취재대상은 매일 매일 열리는 시장에서 가격이 변한다. 따라서 장(場)이 열리는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는 시세단말기에서 눈을 뗄 수가 없다. 어찌 보면 투자자보다 더 바쁘다. 항상 긴장감 속에 휩싸여 있다. 증권기자가 전하는 정보가 투자자들의 ‘부(富)의 증감’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대개 팀장급들은 오전 8시 30분전엔 기자실에 나온다. 우선 각 증권사가 매일 매일 작성해 놓은 투자지침서(통상 ‘데일리’라고 함)를 챙겨 읽는다. 이어 인터넷을 통해 간밤 미국증시 동향을 챙긴다. 미국증시가 국내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9시가되면장이 열린다. 첫 가격(시초가)이 어떻게 결정되는지, 동시호가엔 어떤 특징이 있는지를 점검해야 한다. 이어 조간신문 체크. 주가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경제사안 뿐이 아니다. 따라서 정치, 사회, 국제 등 각 분야의 흐름을 꼼꼼히 챙겨야 한다. 증권기자는 ‘만물박사’가 돼야 한다고 선배들이 수시로 ‘쪼는’ 것도 다 이유가 있다.
이어 데스크 및 후배들과의 지면계획 상의와 전화취재, 오전 시간은 이렇게 다 흐른다. 점심식사는 증권맨과의 ‘대면 취재시간’. 짧은 점심시간이 지나면 오후부터는 ‘타자수’로 나서야 한다. 장은 오후 3시에 끝나지만 대개 4시에서 4시 30분까지는 마감을 지켜봐야 한다. 오늘 일과 끝.
그것도 잠시뿐. “아무개 기자님이시죠. ○○화학을 갖고 있는데 왜 떨어지죠…” 증권투자해서 돈 잃은 아줌마들의 하소연도 들어야 한다. 이렇게 바쁜 하루를 지내는 탓에 동료간에 교류할 시간은 거의 없다. 그래서 큰 기자실이 그렇듯 ‘알고도 모른 척’ 지내는 게 일반화돼 있다.
“선수끼리 왜 그래. 누군 안해봤나”
이렇게 생각하는 동료들이 있다면 당장 증권출입기자를 자청해 보는게 어떨지. 바쁘고 생동감 넘치는 곳이란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