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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기·자·실·은] 증권거래소

정치.사회.국제 등 각 분야 만물박사 ´필수´, 코스닥 시장 급부상으로 기자실도 대형화, 등록기자 100여명에 상주자만 50~60명

남궁덕  2000.11.19 21:3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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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덕 한국경제 증권1부 기자





권리락, 주당순이익(EPS), 주가수익비율(PER), 자기자본이익률(ROE)….

증권 출입기자가 되면 이런 낯선 용어부터 친숙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만 취재원인 ‘증권맨’과의 접촉이 손쉬워진다.

증권거래소 기자실은 주식시장을 취재하는 기자들의 전시 사령부(Headquaters)다. 대부분 증권부(경제부) 차장이나 수석 기자급 고참들이 팀장이 돼 후배 기자들을 지휘하고 있다. 이웃한 한국증권업협회 기자실과 투신사 및 증권사 등에 퍼져있는 ‘새끼’ 기자들을 ‘수하’에 두고서.

거래소에도 각 사마다 팀장 외에 2∼3명이 더 출입하고 있다. 현재 기자실에 등록돼 있는 기자들은 107명에 달한다. 기자실에 마련된 부스가 60개에 달하며 상주 기자 수만도 50∼60명에 이른다. 출입기자수로만 볼 때 국회나 법조, 서울시청, 금감원 등과 함께 ‘5대 기자실’로 불릴 만하다.

기자실 한켠에 인터넷매체를 위한 ‘인터넷 기자실’이 따로 있는 것도 다른 기자실에선 찾아볼 수 없는 모습이다. 이처럼 기자실이 매머드급으로 커진 것은 코스닥시장이 급성장한 지난해부터다. 지금은 코스닥시장이 폭삭 주저앉았으나 당시엔 주식열기가 이만저만하지 않았다. 자연스레 주식관련 뉴스 수요가 늘 수밖에 없었다. 언론사로선 부랴부랴 증권면을 늘리고, 증권 기자를 충원할 수밖에.

증권거래소 기자실은 한국판 ‘맨해턴’이라 불리는 여의도 한복판 한국증권거래소 신관 16층에 위치해 있다. 아마 전국 기자실 중 가장 높은 곳에 솟아있을 게다. 때문에 창문 너머 발치에서 흘러가는 한강을 바라보며 기사 구상을 하는 동료들의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거래소 출입기자들은 증권과 선물·옵션, 채권 등을 취재대상으로 한다. 이들 취재대상은 매일 매일 열리는 시장에서 가격이 변한다. 따라서 장(場)이 열리는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는 시세단말기에서 눈을 뗄 수가 없다. 어찌 보면 투자자보다 더 바쁘다. 항상 긴장감 속에 휩싸여 있다. 증권기자가 전하는 정보가 투자자들의 ‘부(富)의 증감’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대개 팀장급들은 오전 8시 30분전엔 기자실에 나온다. 우선 각 증권사가 매일 매일 작성해 놓은 투자지침서(통상 ‘데일리’라고 함)를 챙겨 읽는다. 이어 인터넷을 통해 간밤 미국증시 동향을 챙긴다. 미국증시가 국내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9시가되면장이 열린다. 첫 가격(시초가)이 어떻게 결정되는지, 동시호가엔 어떤 특징이 있는지를 점검해야 한다. 이어 조간신문 체크. 주가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경제사안 뿐이 아니다. 따라서 정치, 사회, 국제 등 각 분야의 흐름을 꼼꼼히 챙겨야 한다. 증권기자는 ‘만물박사’가 돼야 한다고 선배들이 수시로 ‘쪼는’ 것도 다 이유가 있다.

이어 데스크 및 후배들과의 지면계획 상의와 전화취재, 오전 시간은 이렇게 다 흐른다. 점심식사는 증권맨과의 ‘대면 취재시간’. 짧은 점심시간이 지나면 오후부터는 ‘타자수’로 나서야 한다. 장은 오후 3시에 끝나지만 대개 4시에서 4시 30분까지는 마감을 지켜봐야 한다. 오늘 일과 끝.

그것도 잠시뿐. “아무개 기자님이시죠. ○○화학을 갖고 있는데 왜 떨어지죠…” 증권투자해서 돈 잃은 아줌마들의 하소연도 들어야 한다. 이렇게 바쁜 하루를 지내는 탓에 동료간에 교류할 시간은 거의 없다. 그래서 큰 기자실이 그렇듯 ‘알고도 모른 척’ 지내는 게 일반화돼 있다.

“선수끼리 왜 그래. 누군 안해봤나”

이렇게 생각하는 동료들이 있다면 당장 증권출입기자를 자청해 보는게 어떨지. 바쁘고 생동감 넘치는 곳이란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