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나·의·추·천·작] 김용옥 작 <금강경 강해>

특유 입담으로 불교경전 풀어내

김범수  2000.11.19 21:34:43

기사프린트

김범수 한국일보 기획조정실 기자





지난해 노자 강의로 화제를 모았고, 최근 논어 강의로 주목 받고 있는 김용옥 씨가 쓴 ‘금강경 강해’를 최근 읽었다.

이 책은 지난해 말쯤 나온 것으로 불교 경전 금강경을 우리 말로 풀어 놓은 것이다. 금강경은 1세기에 초기 불교승단에서 대승의 바람이 불기 시작할 때 성립한 반야바라밀 사상을 결집한 경전이다. 그 형식이 간결하고 소박하여 불교인들이 가장 많이 암송하는 경전 중의 하나다.

원전은 짧지만 이 책은 김용옥씨 특유의 입담에다, 금강경을 학문적으로 이해하고자 하는 노력, 금강경의 우리말 옮김까지 붙어 400쪽이 넘는 분량이다. 불교 경전이라는 딱딱함에다, 만만치 않은 양이 부담이 될 것 같지만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강의 녹취록을 읽는 것 같은 글 재미며 김씨가 금강경을 풀어 설명하는 방법, 그가 종교를 보는 태도에 속으로 맞장구까지 쳤다.

그는 책에서 금강경을 중심으로 불교와 기독교를 비교해 가며 적지 않은 이야기를 했다. 내용은 학문적이지만 그것을 풀어가는 방식은 너무 쉽다.

‘많은 사람들이 교회를 가면 예수를 믿는다고 하고, 절에 다니면 부처를 믿는다고 한다. 그리고 일요일에 아무 데도 안 다니는 사람은 ‘믿음’이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맹목적인 신앙이나 제도로 얽어 매는 종교를 그는 특유의 어조로 책 곳곳에서 비판하고 있다.

‘이른바 색에 머물지 않고 보시하고, 성·향·미·촉·법에 머물지 않고 보시한다는 것이다. 보살은 반드시 이와 같이 보시할 것이며 상(相)에 머물서는 아니되는 것이다.// 이른바 불법이라고 하는 것은 곧 불법이 아닌 것이다.’

절도 교회도 정해 놓고 다니지 않는 나 같은 사람도 금강경의 몇 구절을 재미있게 읽으며 공(空)의 사상에 젖어 몸이 가벼워진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