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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인 비리 연루´ 근절방법 없나

주요 사건마다 개입 의혹...윤리강령 ´무색´, '공적 제재 가해야 한다' 강경 주장 제기되기도

김상철  2000.11.19 21: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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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사건이 터지면 언론인 연루 의혹이 불거지고 다시 윤리 문제가 뒤따른다.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어떻게 끊어야 하나. 이른바 ‘정현준 게이트’에 언론인도 개입돼 있다는 말들이 퍼지면서 한동안 각 사는 명단 파악에 부산했고, 심지어 한 언론사 간부는 직접 취재기자에게 ‘내 이름이 들어가 있더냐’고 물어봤다는 얘기도 돌았다.

또 다시 언론윤리 문제가 대두되는 데 대해 언론계 일각에서는 신중한 입장을 제기하기도 한다.

한 검찰 출입기자는 “이번 사건의 경우 거론되는 기자들을 일방적으로 비판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닌 것 같다”며 “전체적으로 별다른 의도 없이 순수한 투자 차원에서 참여한 사람이 대다수인 것 같고 검찰도 당혹스러워하는 눈치”라고 전했다. 한 방송사 기자도 “일련의 사태를 지켜보면 주식투자가 마치 범법행위인 양 몰아치는 분위기가 우려된다. 언론인이 모두 도매금으로 취급돼서는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경한 입장도 만만찮다. 한 기자는 “차라리 거래소에서 주식투자를 한다면 그러려니 하겠지만 사설펀드에 가입했다면 문제는 다르다”며 “이는 일반투자자들에겐 사기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이같은 반응은 ‘언젠가는 불거질 일이었다’는 관측에 기대고 있기도 하다.

실제로 올 들어 특히 경제부 기자들 사이에서는 주식, 스톡옵션 제의를 빌미로 보도를 요청하는 벤처업계 사례가 빈번하게 거론되기도 했다(본보 1035호 참조). 지난해 이후 몇몇 언론사에서 기자들의 주식투자를 금지하는 조항을 포함한 윤리강령을 제정했음에도 불구하고 기자윤리가 또다시 시험대에 오를 수 있다는 안팎의 우려는 결국 현실화된 셈이다. 때문에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하는 기자들의 해결책은 보다 강경하다. 언론 스스로 자정능력이 없다면 외부의 힘을 빌어서라도 척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방송사 차장은 “기자세계를 감시하는 시민들의 강력한 감시기구가 필요하다. 언론계 내부에서도 ‘언론윤리표준기구’ 같은 기구를 만들어 비윤리적 언론사 조직과 기자들에게 공적인 제재를 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언론개혁시민연대(상임대표 김중배)는 1일 성명에서 ‘언론인들의 주식투자를 금지하는 윤리실천요강 마련’을 강조했으며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이사장 성유보)은 2일 언론인윤리특별법 제정을 제안하기도했다.

한국언론2000년위원회에서발간한<한국언론보고서>는 언론윤리 정립에 대해 ‘언론관계법에 자율적 규제에 관한 근거규정을 두자는 제안은 실효성이라는 측면에서 설득력을 얻지만 언론의 자율적 통제의 본질이 훼손되는 결과가 초래될 수도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아울러 ‘최선의 방책은 개별 언론사의 자율적 통제이며 윤리강령을 준수하도록 구속력 있는 기구를 구성·운영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법적 근거 마련은 그같은 노력이 참담한 실패를 한 다음의 선택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언론계를 부산하게 만들고 있는 ‘정현준 게이트’는 언론윤리 정립을 둘러싼 자율규제의 중요성과 한계를 새롭게 인식시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