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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감한 기자협회보를 바란다'

협회보 창간 36주년에 부쳐 /건강한 언론 노동자 ´기자´ 자리매김 힘쓰길

조준상  2000.12.09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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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준상 한겨레 여론매체부 기자





“부자로 죽는 것은 불명예스럽게 죽는 것이다.”

19세기말 20세기초 형성된 미국의 1세대 거대 자산가의 한명인 ‘철강왕’ 앤드루 카네기가 했다는 말입니다. “가난한 사람은 복이 있나니”라는 성경의 가르침을 떠올리게 하는 카네기의 이 말을 개인적으로 좋아합니다. ‘우리나라에는 교양 부르주아가 없다’고 생각하고 있는 저로서는 그들이 가져야 할 일종의 윤리라는 생각이 들어서입니다.

기자협회보가 창간 36주년을 맞았다는 얘기를 듣고 갑자기 카네기의 이 말이 생각났습니다. ‘6×6=36’이라는 산술과 함께 말입니다.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간직한 단체나 기구에 비하면, 36년은 그리 긴 시간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언론 노동자가 된 지 6년이 조금 넘은 저에게는 무척 길게 다가옵니다. 지금까지 해온 생활을 앞으로 5번은 더 해야 이를 수 있는 시간이기 때문입니다.

솔직히 그 시간까지 이를 수 있을지, 설사 그 시간에 이르더라도 어떤 모습으로 바뀌어 있을지 자신이 없습니다. 그래서인 듯합니다. 지난 6년간 틈틈이 보아 온 기자협회보 지면에서 바른 문제의식과 열정이 이어지는 것에 뿌듯함을 느끼는 것은. 물론 기자협회보 지면에 등장했던 많은 언론 노동자들이 그동안 우여곡절 끝에 붓을 꺾기도 하고 고무신을 거꾸로 신기도 했다고 알고 있습니다. 얼마 전 창간 36주년을 앞두고 기자협회보 축쇄본을 들춰보며 기자협회보의 한 구성원이 느낀 소감을 읽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역시 아쉬움은 있습니다. 기자협회보는 강령에서 조국의 민주발전과 언론의 자질 향상, 언론자유 수호 등을 내걸고 있습니다. 조국의 평화적 통일과 민족의 동질성 회복을 위해 노력한다는 내용도 있습니다.

구체적인 현실에 적용될 때, 이 강령을 각자 자기 입맛에 맞게 해석하는 각양각색의 신문사 및 소속 회원들을 고려해야 한다는 어려움이 있기는 하겠지만, 좀 더 과감한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그래야 기자협회와 기자협회보가 언론개혁시민연대와 함께 의욕적으로 추진해 온 언론발전위원회 구성과 신문개혁에도 힘이 실린다고 생각합니다.

일부에선 기자협회가, 그리고 기자협회보가 기자들과 동떨어져 있다고 비판하는 것을 자주 봅니다. 지난번 기자협회 창립 36주년 때도 그런 비판을 읽은 기억이 납니다. 대개 그런 주장은 기자협회와기자협회보가다양하지 않다고, 너무 집단적이라고 말합니다. 여기에는 그동안 한국 언론계에서, 한국 언론운동사에서 나왔던 ‘보편성’을 다양성이라는 구실 아래 집단주의로 치부하려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 비판에 흔들리지 않기를 바랍니다. 좀 더 보편성을 강화시키고 보편적인 가치를 풍부화시키는 것은 기자협회보의 몫입니다. 그래서 기자협회보가 ‘기자 놈’과 ‘기자 선생’이라는 극단적인 이름으로 불리는 ‘기자’를 한국의 건강한 언론 노동자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힘써 주시기 바랍니다.

카네기가 살았던 그때도 지금과 마찬가지로 돈, 특히 금융자본이 지배하는 사회였다고 역사는 가르치고 있습니다. 돈과 민주주의가 상극이라면, 신문의 신문인 기자협회보는 지금 한국의 상황에서 어쩌면 몇 안되는 민주주의의 보루일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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