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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

국제뉴스 전문성 확보 시급하다 /미 언론 대선 오보...국내 언론도 덩달아

이장훈  2000.12.09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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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훈 한국일보 국제부 차장





미국의 제 43대 대통령 선거에서 사상 초유의 재검표 사태가 발생하면서 차기 대통령 당선자가 결정되지 못하고 있다. 이 같은 재검표 사태가 사상 초유라면 또 하나의 사상 초유의 사태는 국내 언론을 포함해 세계 언론들이 대부분 공화당의 조지 W. 부시 후보를 당선자라고 오보한 것이다. 사태의 전말을 보면 결코 웃어넘길 상황이 아닌 심각한 문제이자 ‘인재(人災)’라고 말할 수 있다.

CNN은 한국시간 8일 오후 4시께 두 후보가 플로리다에서 접전을 벌여 오후 6시께나 승부가 갈라질 것이라고 보도했다가 느닷없이 오후 4시 20분께 부시 후보가 차기 대통령 당선자라고 제일 먼저 긴급 뉴스를 보냈다. 이어 ABC, NBC 등 미국 유수의 방송사들도 부시 후보가 승리했다고 보도했다.

방송들의 오보에 이어 신문들의 오보도 이어졌다. 미국의 일간지 뉴욕 포스트와 찰스턴 가제타 등은 ‘부시 승리’라는 제목의 호외를 만들어 거리에 뿌렸다가 황급히 회수했다. 보스턴 글로브도 ‘부시 승리’로 신문을 인쇄하다가 플로리다주의 재검표 발표로 긴급하게 인쇄를 중단했다. 뉴욕 타임스도 부시 후보가 승리했다고 10여만 부를 제작했다가 이를 회수했다. 영국의 더 타임스도 부시가 승리했다며 10만부의 신문을 발간했다가 다시 기사를 수정해 신문을 내기도 했다. 일본의 최대 신문사인 요미우리는 ‘부시 당선’으로 호외 2만부를 발간, 수도 도쿄(東京)지역 신문판매망에 배급했다가 재검표 발표가 나오자 서둘러 신문을 회수했다.

한국 언론도 이 같은 소동에서 예외일 수는 없었다. CNN 등이 한국시간 오후 5시 35분께 플로리다주의 재검표 사실과 부시의 당선을 취소한다고 보도하자 이미 초판인 가판 마감시간을 넘긴 대다수 신문들은 ‘본의 아니게’ 오보를 감수해야만 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오보가 실린 신문을 회수하는 등 독자들에 대한 서비스를 한 곳은 없다. 일부 신문이 1면에 재검표 사실을 기사화해 살짝 걸치면서 사전 제작한 부시스토리와 당락에 따른 해설, 심지어 좌담회 등은 부시 당선을 전제로 했다고 밝히는 정도였다.

돌이켜 보면 이 같은 소동에 따른 오보사태를 최소화할 수는 있었다. 미국 정치와 선거제도에 정통하고 이를 제대로 기사에 반영했다면 오보사태는 어느 정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마감시간을 늦출 수 있었더라도 별 문제는 없었을 것이다.하지만 중요한 점은 국제뉴스는 국내정치적 시각이나 선입견을 가지고 재단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각 언론사는 국제뉴스의 중요성을 깨닫고 기자들이 보다 전문적인 시각을 갖도록 평소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할 것이다. 미국에도 가보지도 못한 기자가 미국 정치와 선거제도를 쓰고 있는 것이 우리의 슬픈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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