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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기] -정선 ´스몰카지노´

생존권 투쟁으로 따낸 카지노 사업 /부작용 보도때마다 주민들 ´안절부절´

유학열  2000.12.09 11:4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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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열 강원일보 정선주재기자





폐광지 개발사업의 첫 걸음인 ‘스몰카지노’가 개장 2주일이 지났다. 개장초기 예상을 훨씬 웃도는 ‘꾼’들이 몰려 대박의 꿈을 키우고 있다.

썰렁하기만 하던 검은 땅 폐광촌에 그럴듯한 승용차와 관광버스들이 많이 늘어 새삼 분위기가 살아나는 듯 하다. 스몰카지노 개장은 크게 두가지 의미를 갖고 있다.

첫째는 국내 처음으로 시도되는 내국인 출입 카지노라는 점과 둘째, 이 사업이 쓰러지다 못해 사라질지도 모르는 지역을 지키기 위한 주민들의 숙원사업이라는 것이다. 카지노는 현대사회에서 퇴폐 향락의 대표산업으로 꼽히고 있다. 이에 따른 사회적 부작용도 심각하게 지적되고 있다.

도박중독, 가산탕진, 가정파탄, 자살 등으로 예견되는 일련의 카지노 부작용은 누차에 걸쳐 각계의 우려를 불러일으켰고 긍정적인 요소가 거의 없는 망국적인 산업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같은 카지노가 폐광지역에 들어서게 된 데는 폐광촌 사람들의 피땀어린 투쟁이 서려있다.

지난 95년 잇단 폐광으로 지역공동화가 가속될 시점에서 벌어진 정선 주민들의 생존권 투쟁은 막다른 골목을 향해 가고 있었다.

이때 주민 가운데 누군가의 입에서 카지노라는 말이 나왔다. 인생 막장이라는 말처럼 탄광근로자와 주민들의 생계는 풍전등화였다. 그렇다고 탄광촌의 생활을 청산하고 마땅히 생활근거를 옮길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결국 주민들의 단결된 투쟁은 폐광지 개발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제정이라는 결과로 이어져 폐광카지노리조트 건설이라는 전리품으로 돌아왔다.

내국인 출입 카지노의 출현은 그 테마만으로도 언론의 조명을 받기에 부족하지 않았다.

한국인들의 배팅 실력은 선조들로부터 이어받은 승부사(?)의 기질을 유감없이 발휘하는 것으로 외국 카지노업계에서도 이미 정평(?)이 나 있다. 이들은 한마디로 꾼이라고 할 수 있다.

개장과 동시에 스몰카지노는 화제만발이다. 루머가 꼬리를 문다. 누가 얼마를 잃어 어떻게 했다는 등. 때론 실명까지 거명되며 호사가들의 입방아에 오른다. ‘촌 기자’에게는 더 없는 기사의 보고가 되고 있다. 재미있는 기사부터 사회적 부작용, 부족한 시설에 이르기까지 쓰려고만 들면 기사거리가 아닌 것이 없다.

카지노업체가 영업이익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카지노 게임에서 따는 사람보다는 잃는 사람이 당연히 많아야 한다. 우리네 고스톱판에서 돈 잃고 기분 좋은 사람 없다는 말도 있지만, 카지노 고객의 80~90% 이상은 잃을 수밖에 없다는 게 엄연한 사실. 그러다 보면 악성루머가 많아질 수 있다는 개연성이 성립한다.

언론에서 카지노 부작용이 보도될 때마다 그토록 카지노 개장을 고대해 왔던 주민들은 혹시 사업 자체가 잘못될까 가슴을 졸인다. 스스로 주민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출입자제와 감시를 하고 있다.

촌 기자는 작은 고민이 있다. 국내 첫 내국인 출입 카지노로서 건전한 카지노문화를 만들 수 있는 보도 방향, 피 흘린 투쟁으로 주민들이 얻어낸 카지노리조트사업의 성공을 도울 수 있는 방법, 그리고 지역경제가 살아나 주민들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는 묘안은 무엇일까.

그리고 작은 다짐도 한다. ‘기자’쟁이로서 ‘도박’꾼들에게 말려들지는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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