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을 출입하는 대한매일 정치부 오일만 기자의 컴퓨터 가방은 유난히 크다. 언제 어느 때든 그의 가방안에는 평균 책 두 권이 들어있다. 그는 책을 끼고 사는 ‘독서광’이다. ‘누우면 구상, 앉으면 송고, 서면 취재’라는 기자사회의 우스개 소리도 있지만, 오 기자는 취재와 송고 이외 시간에는 언제나 책을 본다.
외교부 출입시절, 한 번은 모 대사가 발령난 임지국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른다’고 걱정을 한 적이 있다. 오 기자는 바로 그 나라에 대한 10여권의 책을 즉석에서 줄줄이 꿰 소개했다. 부임한 대사는 나중에 “많은 도움이 됐다. 고맙다”는 메일을 보내왔다. 오 기자는 책을 인터넷 서점을 통해 한몫에 구입한다. 보통 한 번에 10여권. 구입한 책은 한 달 보름이면 동이 난다. 한달 평균 7권 이상의 독서량이라면 업무에 쫓기는 기자들에게는 놀랄만한 양이다.
주 관심사는 주로 역사와 세계화다. 최근에는 ‘당쟁으로 본 조선역사’ ‘중국의 역사’ ‘벌거벗은 대통령’ 등의 책이 가방속을 차지했다. ‘세계화 비판서’의 고전에 속하는 ‘세계화의 덫’은 그가 몇 번을 다시 읽은 책이다.
한 번은 “왜 그렇게 책을 많이 읽느냐”고 물은 적이 있다. 그의 대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나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가 답변의 전부였다. 하지만 ‘자신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그가 여유롭게 세상을 대하고 있다는 증거다. 기자들은 대개 일상에 쫓긴다. 스스로가 주체적으로 일상을 주도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오 기자는 일상을 쫓는 스타일이다.
독서와 일은 그에 있어 불가분의 관계다. 방대한 독서량은 그의 언어와 집필의 피와 살이 된다. 오 기자와의 대화는 그래서 즐겁다. 물 흐르듯 유창하게 세상을 논하고 흐름을 짚어낸다. 글에서도 그의 박식함과 논리적 사고체계가 읽혀진다.
그렇다고 그가 자기만의 세계를 고집하거나 외부와의 ‘창’을 차단하려는 개인주의자는 아니다. 그는 따뜻하다. 때로는 덜렁거리기까지 한다. 96년 시드니 출장 때는 귀국전날 여권을 분실했다고 ‘소동’을 피우다 결국 새로 산 가방에 붙어있는 여권을 간신히 찾은 적도 있다.
그를 잘 아는 한 신세대 여기자는 “오선배요! 정말 많이 알아요. 캡이에요”라고 말했다. 언젠가 독서를 통해 습득한 생생한 지식들이 그의 글에서 만개(滿開)하리라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