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찰청 기자실은 좀 거창하게 말하면 부산경찰청과 14개 일선경찰서 관내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 등 부산의 일상을 취재하고 경찰기자를 지휘하는 야전사령부 격이다. 이름하여 시경 캡이라고 불리워지는 것도 이때문일 것이다. 기자생활 최소 6년차 이상 최고 13년차까지 다양하다. 일선 경찰기자 경력만도 3∼4년 이상씩이다.
부산경찰청 출입기자는 모두 19명이다. 지방기자실은 신문 2명, 방송 4명, 통신 1명 등 7명으로 단촐하다. 중앙기자실은 우리나라 10개 중앙일간지와 서울방송, YTN 등 12명이다. 다른 기자실과 달리 중앙과 지방이 함께 있는 것도 하나의 특징이다.
기자실은 때론 팽팽한 긴장감이 흐를 때도 있지만 시끌벅적할 때가 더 많다. 걸쭉한 농담과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고, 때론 후배기자에 대한 호된 질책의 목소리도 들린다.
기자실의 적막이 깨지는 것은 석간과 방송 기자들이 하나둘씩 제자리를 차지하고 앉는 아침 6시께다. 전날 밤이나 새벽시간에 발생한 사건·사고를 챙기고, 일선 경찰기자의 보고전화를 받아 아침 뉴스나 신문제작 마감시간에 맞춰 기사를 송고한다.
이렇게 한바탕 아침 전쟁을 치르고 나면 조금 여유를 찾게 된다. 차를 한 잔 마시면서 제목만 읽고 던져놓았던 조간신문을 다시 찾기도 하고, 마감시간까지 간신히 버텼던 간밤 술 전쟁의 전사들이 하나둘씩 전사자로 변하는 시각도 이때쯤이다. 학구파(?)와 주당파가 극명하게 대비되는 시간이다.
부산경찰청 출입기자들은 교통을 함께 맡는다. 사건·사고 못지 않게 최근 들어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교통문제. 4천만 국민모두가 집을 나서면 직간접적으로 교통문제와 무관할 수 없다. 부산시의 교통정책을 총괄하는 교통국, 부산지하철 1, 2호선을 운영하는 부산교통공단, 버스·택시사업조합도 중요한 출입처이다. 기자들의 역할이 그만큼 넓어졌다고나 할까.
우리 기자실의 화목하고 화기애애한 분위기는 전국 어디에 내놔도 손색이 없을 것이다. 기자의 연륜이 쌓인 때문인지, 사건기자 특유의 기질 탓인지 회사가 다르고 기사를 놓고 끊임없이 경쟁하고 신경전을 벌이면서도 상대방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마음은 모두들 탁월하다. 이것은 우리 기자실의 가장 큰 자랑거리이다.
한잔 술이 폭탄주로 이어져 너나 할 것 없이 횡설수설할 때면 상대방 회사 데스크에 전화를 걸어 ‘너무심하게 닥달하지 말아달라’는 애교성 너스레를 떨기도 한다. 폭탄주의 폐해를 모르는 바 아니지만 아직 폭탄주의 전통이 면면히 흐르는 것도 이때문일 것이다.
우리 기자실의 특색 가운데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지방과 중앙기자의 격의 없는 어울림이다. 부스 배치 편의상 지방과 중앙기자실로 구분돼 있을 뿐 교류와 협력, 선의의 경쟁 전선에는 한치의 이상도 없다. 차제에 기자실 배치 당시 그야말로 편의상 지방과 중앙으로 구분한 칸막이마저 없애자는 소리도 나오고 있어 무척 고무적이다.
혹시, 이 글이 기자협회보에 기사화될 쯤이면 장기파업중인 기독교방송이 정상화돼 조촐한 파티라도 열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