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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추.천.작]-복례할머니의 '오구굿' 한바탕 소동

이윤미  2000.12.09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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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미 내외경제 문화부 기자





‘이게 하는기가’‘야 우습네’‘꿈에 황소가 나오면 좋은긴데’‘뭐 저렇노, 시신에 버선도 안신키나’

옆에 앉은 할머니가 무대 위에서 벌어지는 일에 연신 맞장구를 치며 재미있다 하신다.

정동극장의 레파토리 공연 강부자의 ‘오구’(이윤택 작·연출·사진)가 다시 무대에 올랐다. 예년에도 그랬듯이 중·장년, 노년층, 간간이 젊은층으로 구성된 객석은 꽉 차고 넘친다. 올해 ‘오구’의 새로운 면은 무대배경을 종래 안방이란 상징적 단일공간에서 집 전체를 사실적으로 꾸며 일상성을 부여한 점이다. 보기만 해도 푸근한 장독대와 펌프, 마루기둥에 줄을 매달고 혼자 고무줄놀이하는 계집아이, 평상에서 신문 읽는 남자, 이불호청에 물을 뿌리며 다듬이질하는 아낙네의 모습은 금세 관객들로 하여금 저마다 어떤 기억의 시간속으로 끌어당긴다.

‘오구’는 혼자 행상을 하며 아들 둘을 키워 늘그막에 적산가옥을 장만해 살만해진 복례(강부자 분)가 죽기 전에 극락왕생을 빌며 오구굿을 하는 얘기다. 여기에는 우리의 옛이야기 속에 점차 잊혀져가는 각종 도깨비들이 등장해 난장을 펼친다. 장독에 숨어 지내는 도깨비, 키를 쓰고 노는 도깨비, 뒤주 도깨비 등 민담속의 주인공들로 인해 관객들은 즐거워진다.

정작 처절해야 할 오구굿은 마을 사람들의 노래와 춤의 한바탕 놀이마당으로 바뀐다. 초상집의 다양한 풍경이 펼쳐지는 장례의식, 두려움의 대상인 저승사자가 익살스런 존재로 희화화돼 사람의 모습을 닮아가는 모습도 모두 웃음거리다.

강부자의 선굵은 연기는 극에 안정감을 부여하고, 정동숙의 각설이 연기는 감칠맛을 준다.

‘오구’의 성과는 이윤택 특유의 어법인 전통연희적 요소를 무대극으로 완전히 소화시켜 관객과의 거리감을 없앴다는 점이다. 특히 다양한 관객개발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연극계 현실속에서 악극에 비견되는 또 하나의 ‘쉽고 재미있는’ 대중적 레파토리를 개발해낸 점은 큰 미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판 놀아보자 식’의 식상한 구조와 지나친 뮤지컬의존적 구성은 연극고유의 말이 갖는 사색적 공간을 축소시켜 버림으로써 한편 허전함을 남기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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