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사가 달라지고 있다. 몇년전만 해도 상상하기 어려웠던 기자들의 회사간 이동이나 데스크진의 외부 스카웃 등은 이제 흔한 일이 됐다.
또 언론의 역할도 사회를 계도하는 기능에서 독자들이 필요로 하는 정보 전달 기능으로 점차 그 강조점이 옮겨지면서 언론사나 기자에 대한 평가에서 전문성이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반면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세상에서 언론사의 생존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외환 위기 이후 언론사들도 다른 업종과 마찬가지로 우열이 가려지면서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이러한 외부 환경의 변화만큼이나 기자들 간의 경쟁도 치열해졌다. 하지만 그에 대한 언론계 외부의 평가는 인색하기만 하다. 남보다 한 발 앞서 정보를 찾아내고 여론을 선도하던 언론의 고유 기능이 위협받고 있는 것은 물론, 갈수록 전문성에서 기자들이 다른 지식인 계층보다 뒤떨어진다는 자조적인 평가마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이 모든 것이 언론사의 낙후된 인사 시스템 탓이다. 그날그날의 지면을 메꾸느라 탈진한 상태인 기자들,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있는 전문기자제가 그것을 증거한다.
경영진들은 기회만 되면 기자들의 전문성을 강조하고 질 높은 언론사를 만들기 위해 재교육에 대한 투자를 늘리겠다고 말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기자들에게 재교육 기회는 생각만큼 많지 않다. 게다가 그 얼마 되지 않는 기회마저도 기대만큼의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최근 일부 재력 있는 언론사를 중심으로 기자들의 전문화를 위한 대학원 지원이 시도되고 있다. 아직은 초기 단계지만 바람직한 일이다. 외부의 언론 관련 재단이나 기업 등에서 기자들의 대학원 진학을 지원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그러나 기자들이 취재하고 기사 쓰면서 야간대학원이라도 다니려면 여전히 어려움이 많기만 하다.
물론 기자들은 학위라도 따기 위해 대충 리포트만 내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또 일부 대학에서는 기자의 경우 학교 PR 차원에서 출석이나 수업, 학점 등에서 편의를 봐준다는 얘기도 있다. 그 모두가 기자들의 재교육을 방해하는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기자들의 재교육을 정말로 어렵게 하는 것은 그런 것이 아니다. 당장의 지면을 메꾸는데만 급급한 데스크, 본인 임기 동안의 성과에만 매달리는 국장들의 직간접적 무언의 압력이 기자들의 질적 전환을 어렵게하는 것이다.
IMF 관리체제를 겪으면서 한국에는 전문가가 없다는 비판이 많았다. 하지만 전문성 있는 언론인 한 사람을 키우려면 눈앞의 이익보다는 장기적인 안목에서 투자를 해야 한다는 사실은 왜 이야기하지 않는가. 또 전문화를 위한 재교육 차원에서 대학원을 보내주기로 결정했다면 제대로 공부할 수 있게 업무에 대해서도 배려해줘야 한다는 소리는 왜 나오지 않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