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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기]-현대사태

경제위기.재벌개혁 후퇴 부작용 많아

김용준  2000.12.09 14:2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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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준 한국경제 산업부 기자





11월 16일. 정몽구(MK) 현대자동차 회장과 정몽헌(MH)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이 화해함으로써 1년 가까이 지속돼 온 현대그룹의 형제간 재산권 분쟁은 막을 내렸다. 한국경제의 주름살을 깊게 했던 현안이 해결됐다는 점에서 다행스럽다는 게 일감이었다. 그러나 해결과정에서 나타난 수많은 문제점은 우리 경제시스템의 후진성을 그대로 드러내고 말았다.

현대가(家)의 분쟁은 MH측이 박세용 종기실장(회장)을 현대자동차 회장으로 발령을 낸 작년 연말 시작됐다. 경쟁자를 거세하려는 이익치 당시 현대증권 회장의 입장과 자동차 계열분리 등 자신의 이해와 맞지 않은 행보를 보여온 박 회장을 부담스러워한 MH의 입장이 맞아떨어진 결과라는게 현대주변의 시각이었다.

그러나 자신의 영역이 침범당하는 것에 분노한 MK는 박 회장을 인천제철 회장으로 다시 발령을 내 버렸다. 오너중심의 재벌체제가 샐러리맨의 우상, 최고의 전문경영인이라는 박 회장의 명성을 철저히 짓밟고 만 것이다.

5월 31일, MH계열에서 정주영 명예회장의 입을 빌어 정씨 3부자 동시 퇴진을 발표한다. 전문경영인 시대를 연다는 점에서 파격적인 아이디어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자신을 퇴진시킴으로써 자동차까지 접수해보겠다는 (MH의)의도가 숨어있는 것으로 인식한 MK는 즉각 이를 부인하고 이사회를 소집한다. 현대자동차 이사회는 MK체제를 유지할 것을 결의한다. 형제간 전쟁이 본격화된 것이다. 재벌의 재산권 분쟁에 전문경영인과 임직원들이 동원되고 기업의 고유 업무는 뒷전으로 밀려나고 말았다. 현대자동차 이사회는 오너의 권력유지를 위해 적절히 활용됐다. 그러나 미쓰비시를 대표하는 일본인 이사는 분쟁과 관련된 이사회에는 한번도 참여하지 않았다는 점에 씁쓸한 뒷맛을 남기고 말았다.

이 와중에 현대건설 유동성 문제가 불거졌다. 형제간 재산권 분쟁이 현대건설이라는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의 뿌리를 뒤흔들고 이는 한국경제를 휘청거리게 만들었다.

사태가 해결국면으로 전환된 것은 10월말 해외에 머물던 MH가 귀국하면서부터다. 달리 현대건설을 회생시킨 방도가 없었던 MH는 정씨 일가에 대한 지원요청에 나섰다. 계열분리를 독려하던 정부도 태도가 돌변, MK·MJ의 지원이 살길이라며 양 진영 압박에 나섰다. 대우자동차도 감당하기 힘들었던 정부가 현대건설까지 쓰러질 경우 예측불가능한 사태에 처할 것이라는 판단에 따라 정씨 일가의 지원을 통한 건설 회생이라는 정책을 택한 것이다.

전방위 압박을 가하던 이근영 금감위원장은 11월 15일 MK와 MJ를 만나 건설에 대한 지원약속을 받아냄으로써 기업을 동원한 현대가의 재산권 다툼이 끝나게 됐다.

1년을 끌어온 현대사태는 가신경영의 후퇴와 현대그룹의 해체라는 긍정적 부산물을 낳기도 했다. 그러나 경제위기, 정부의 개입으로 인한 신인도 하락, 재벌개혁의 후퇴, 오너체제로의 회귀 등 수많은 부작용을 낳았다는 점과 현대건설 유동성 문제가 아직도 진행형으로 남아있다는 점에서 한국경제에 큰 짐이 된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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